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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4.03.16 00:00
  • 수정 2017.08.16 10:47
  • 호수 506

김경희(당진중 김경희 교사가 추천하는 <조선의 뒷골목 풍경>
한국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말한 이가 누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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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강명관
*출판사 : 푸른역사
*가 격 : 14,500원
 

김경희 - 당진중 대호지분교장 교사




500년 쯤 후엔 나도 역사의 이면 풍경을 장식하는 개똥이, 말똥이 같은 민초로 잊혀져 있을까?
조선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다. 그리고 학창 시절 노래로까지 만들어 외던 왕조들의 천국이다. 어쩌다 큰일을 저지른 임꺽정 정도가 부록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디 고요하지 않은 아침도 있던가. 또 지배당하는 자 없는데 지배자만 존재할 수 있던가.
교과서 속 역사는 사회적 승자를 기억한다. 하지만 역사 시대는 물론이요, 선사시대에도 존재했지만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바로 이런 상놈 개똥이, 종놈 소똥이, 여성 말똥이처럼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버린 수많은 무명씨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다.
작가는 피맛골의 싸구려 술집에서 소주를 털어 넣으며 조선 시대에도 그곳에 술집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직폭력배가 굴비두름처럼 엮여 경찰서 책상 앞에 머리를 박은 모습에서는 조선 시대 폭력배의 모습을 상상했다. 또 성매매 뉴스를 보고 조선 시대 남녀의 성의식, 연애 방법이 궁금했다. 그리고 수많은 무명씨들이 지구별의 한반도를 거쳐 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책에서의 주인공은 느릿느릿 팔자걸음 양반님 네가 아니다. 조선 시대 유명한 성적 스캔들을 일으킨 어우동이나 감동, 투전 노름에 날 새는 줄 모르는 협객(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깡패), 수만 백성 살린 이름 없는 명의, 유행 주도한 오렌지족 별감 등을 통해 조선 시대 뒷골목의 땀내 나는 삶을 그렸다.
그들의 삶을 엿보다 보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가진 것이 있기에 죄가 없고 가진 것이 없기에 죄가 있는 부조리, 그래서 부정을 저지르고도 고개 버젓이 들고 잘 먹고 잘 사는 정치인의 모습 등이 그렇다.
어쩌면 여기 소개된 조선의 뒷골목 풍경들이 역사에 가깝다기보다 가십난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작가의 말처럼 정치와 경제가 소외시킨 이들의 구체적 체취를 느껴볼 만은 하지 않은가. 왕조 중심으로 꾸려지는 양반님네들이 아닌, 생활 가까이서 역사를 만들어 가는 소박한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역사란 다른 별의 신기한 인물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주체임을 자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분명 신선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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