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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4.04.27 00:00
  • 수정 2017.08.16 10:44
  • 호수 512

당진중 윤현묵 씨가 추천하는 <지중해 문화기행>
비난보다 이해하며 살아가는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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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문화기행

-지은이 : 이희수

-출판사 : 일빛

-가  격 : 15,000원

 

 지난 2월 터키로의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터키 여행 가이드북을 몇 권 읽었다. 머리 속에 가야 할 곳들을 그리면서 볼만한 것들을 모자이크 해 넣었다. 그런데도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어떤 눈으로 터키를 볼 것인가? 남들은 어떤 색깔로 터키를 채색했을까?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을 읽기 시작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품어 안고 있는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을 다리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지중해와 흑해를 불러 모아 보스포러스에서 섞이게 하는 곳이라고 했다. 고대 토착 신앙과 초기 기독교, 그리고 중세의 이슬람이 일직선상에서 나란히, 너무나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작가는 에페수스를 노래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만나는 곳. 이스탐불은 어떤 모습일까. 미지의 세계를 찾아 가는 들뜸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부슬 부슬 내리는 겨울비 맞아가며 1500년간 대제국의 수도로 번창했던 이스탄불을 걸었다. 신을 향한 인간의 갈증이 만든 아야소피야 성당, 이를 시기하기라도 하는 듯한 술탄아흐멧트 이슬람 사원, 400년간 동서양을 호령했던 술탄의 톱카프 궁전. 위엄에 가득 찬 구조물에 비해, 삼삼오오 모여 깨빵과 고등어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터키인들은 순박하기 그지없다. 세계에서 그 규모가 가장 작다는 시간 전차는 거북이걸음을 하고 거리에 흐르는 왈츠는 듣는 이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약 1500년 전에 25만 명이 입김 뿜어가며 살았을 에페소수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이슬람교도 아닌 그저 넉넉한 나그네들을 반가이 맞아 준다.  2만4천석 규모의 원형 극장은 권력에 취한 총독의 것인지, 생명을 담보 삼은 검투사의 것인지, 내일을 잃어버린 시민의 것인지, 오늘도 커다란 공룡처럼 누워있다.

 이제 돌아와, 현실에 몸을 숨긴 나는 다시 ‘지중해 문화기행’ 터기 편을 읽는다. 작가가 보고 느꼈던 터키와 터키 사람들이 다시 다가 온다.

 생각과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남이 나와 다르다고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하며 같이 즐거이 살아가는 터키인. 부유하지는 않지만 타인을 배려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터키인.

 오늘도 난, 나의 것만이 옳다고 악을 쓰며 나만을 사랑하다가 돌아 왔다.  난, 오늘도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병사처럼 검붉게 굳어 버린 무서운 얼굴로 누워있다. 오는 내일은 더 많이 사랑해야지. 오는 내일은 더욱더 따뜻하게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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