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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길 본지 발행인] 문제해결 방법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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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6공 정권이 저지르고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제기된 각종 비리가 권력의 비호로 묻혀왔다. 생리가 전혀 다른 세 집단이 모여서 형성된 민자당은 하루도 거름없이 권력암투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은 국정에는 관심없고 이런저런 비리로 천문학적인 돈을 모으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뇌해도 부족할텐데 재임기간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모을까 몰두했던 것이다.
 기업에 특혜를 주고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정경유착이 한보의 수서비리를 필두로 수없이 저질러졌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의 교활함과 추악함은 이제 어떤 묘수로도 국민의 충격과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듯하다. 국민의 증오심은 언제 어떤 형태로 폭발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현정부가 적당한 선에서 그의 비리를 감싸고 봉합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앞으로 남은 임기도 보장받을 수 없다. 아무튼 전전 대통령의 죄악은 단군이래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가장 추악한 비리였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번 사건은 여야정치인을 비롯한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극도로 타락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제는 노태우씨에게 돌팔매질만 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반성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민이 각성해야 한다. 노태우씨의 부패상은 재임기간 수없이 포착되었다. 수서비리, 율곡사업, 원전건설, 경부고속전철, 영종도신공항, 골프장 허가, 신도시 건설, 상무대 이전 등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여 일반인도 감지하는데 여야정치인과 사정기관이 몰랐을리 있겠는가. 오히려 비리를 덮어주는데 급급하였고 엉터리 수사로 면죄부만 발부했던 것이다.
 노태우씨는 재임기간 적어도 5,000억 이상의 돈을 불순한 목적과 수단으로 조성하였다. 그 돈은 대부분 국민으로부터 거둔 세금이며 국책사업을 벌일 때 기업에 특혜를 주고 반대급부로 받은 것이다.
 노태우씨가 국민에게 사과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연민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이 나라를 욕되게 만들었고 국민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은 죄인이다.
 그에게 섣불리 동정심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현정부가 태생적 한계와 약점 때문에 국민을 기만한다면 노태우씨와 다를 바 없으며 국민의 지탄을 받아 상상할 수 없는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현정권이 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에 따라 이 나라 장래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당진시대 1995년 11월 6일/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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