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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고향집 근처에 비교적 규모가 큰 도살장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곳을 지날 때면 소, 돼지가 죽어가며 질러대는 비명소리가 끔찍스럽고 인간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또 그곳에서 버리는 짐승의 배설물과 피로 주변이 썩어갔다. 물뿐이 아니라 흙까지 검붉게 물들어갔다. 여름에는 악취가 풍기고 파리떼들이 들끓어 개울가는 도저히 접근할 수도 없었다.
 70년대 공해문제는 경제개발에 따르는 당연한 부산물로 여기고 동네 주민들은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할 뿐이었다.
 몇 해전 일이다. 동네 주민 한 분이 그 곳에서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폐수를 함부로 방류하는 것을 보고 당국에 고발했다. 당국에서는 사안이 중대하므로 영업을 정지시키고 정화시설을 설치하도록 행정조치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주민을 중심으로 고발한 주민을 욕하고 적대시한다는 것이다. 영업정지로 이을 못하므로 경제적 손실을 당한다는 짧은 소견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은 당진지역의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장 주변에서는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고 임신한 동물이 유산하거나 기형동물이 태어난다. 주민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알량하게 취업이라는 목적을 이루었을지 모르나 그들은 무기력해져서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석문방조제 내 농토로 조성될 지역의 일부를 공단으로 전용하고 공단지역도 자동차, 전자 등 공해배출이 비교적 적은 업체의 유치를 포기하고 철강, 염색, 유화, 화력발전소 등 공해가 극심한 공장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민의 뜻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당진군민 모두가 나서서 저지해야 할 중대한 문제다.
 특히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아예 주변에서 살 생각은 말아야 한다. 굴뚝에서 뽑아내는 아황산가스가 당진하늘을 뒤덮고 땅과 바다는 죽어갈 것이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거나 세수증대를 위해 분별없이 아무 업종이나 유치하는 것은 너무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며 당진군민에게는 갈치 제꼬리 잘라먹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군민들이여 남의 일이 아니다. 여러분 자신의 문제이며 여러분의 후손의 장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방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근시안적인 당국의 태도에 동의해서는 절대 안된다. 이 땅에 우리를 해치는 자를 드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은 우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이며 당연한 권리이다.

<당진시대 1996년 2월 26일/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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