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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내일모레면 온 나라가 떠들썩한 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생자녀를 둔 부모라면 깊은 관심을 갖는데 수능시험성적이 대학입학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야 출세할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사회저변에 깔려있다.
 시험과 가까워짐에 따라 학생과 부모는 초조해지고 이 틈을 노려 과외비가 수백에 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이른바 쪽집게 과외가 성행한다. 불법과외를 막으려고 기동단속반을 편성, 학원가를 감시하는 희한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과외비를 포함 사교육비가 연 20조원에 이른다니 부모는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외비를 충당하려고 어머니가 매춘까지 한다니 교육에 바치는 열정이 한심할 정도로 비정상적이다.
 몇 해전 젊은이들이 폭력조직 이른바 지존파를 만들어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앗아 온 국민을 놀라게 하더니 막가는 인생이 모여 원없이 살자고 막가파라는 조직을 만들어 돈 많아보이는 부녀자를 납치하여 금품을 빼앗고 생매장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런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젊은이들을 살펴보면 결손가정에서 자랐거나 학업을 중도에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말세라고 한탄한다. 이런 인간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자신과는 별개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곧 잊어버린다. 이런 범죄는 사회병리현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부모가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범죄가 만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현상이며 우리와 무관할 수 없다.
 뜻있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사라진다고 걱정한다. 교사는 학생의 비리를 못본 체하고 문제가 커지면 체벌 등 물리력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스승과 학생 사이에 인간적인 정이 흐르고 문제학생을 선도하는 따스한 교육은 사라지고 있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는다. 일부는 학업을 포기하고 길거리로 나서고 자연스럽게 범죄조직에 가담한다.
 구조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끔찍한 범죄가 기승하는 것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신뢰가 전체적으로 병들고 있다는 증거다. 병든 사회를 치료하려면 우선 학교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새싹이 병드는 데 어떻게 사회가 온전하겠는가. 학력만이 교육의 모든 것으로 통하는 현실로는 근본적 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 우리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즉 세상에 널리 이로운 인간을 배출하려는 노력이 정말 아쉽다.

<당진시대 1996년 11월 11일/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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