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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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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고 돌아온 송상진(32세)씨의 몸은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하다. 찬바람 맞으며 온종일 다니다 보니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말쑥하고 깔끔한 외모에 충청도 남자다운 고집도 엿보인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사람. 10년 넘게 한 우무을 판 인내의 사나이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야 한 직종에 오래 종사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도 아니겠지만 이제 갓 서른 넘은 사람이 10년 넘게 그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소비적인 풍조와 힘든 일 싫어하는 세태를 반영이나 하듯 이곳 저곳 옮겨 다니기 일쑤인 젊은 세대의. 부정적인 면에 비추어 본다면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한사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그를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슨 훌륭한 일을 했느냐는 것이다.
 평범하면서도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생활이야기를 싣는 것이며 13만 군민을 두고 두고 한 사람씩 만나다  보면 이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 부탁 반 협박 반으로 설득해도 역시 어려웠다.
 고대면 우체국에 근무하는 송상진씨는 벌써 14년째 이 체신계통에서 일해오고 있다.
 처음 석문에서 별정직으로 시작해 군대 생활 3년을 빼고도 근 8년간 그곳에 근무해 온 그는 3년전에 특채로 정식 국가 공무원이 되었다.
 여전히 박봉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남들이 느끼기에는 사소한 이 변화가 오래 한 곳에 머물러 온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것인지 겪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리라.
 외무를 다니다 보니 전보다 힘은 더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맨 몸으로 10여년의 인내 끝에 얻은 열매가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
 한 직종에 책임감을 가지고 오래 종사한 걸로 치면 자신이 생각해도 부끄럼없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자신의 일이 대단히 필요한 일이지만 어지간해서는 쉴 수 없다는 점이 어렵게 느껴진단다.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시간을 다투는 일인데다가 언제나 하루치 배달 분량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쉬면 쉰 만큼 다른 동료에게 짐을 지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드러누울 지경만 아니면 아프거나 다치거나 부득불 안간힘으로 일어나 출근을 한다.
 이 애틋한 동료애로 뭉친 6명의 외무자가 고대면의 2쳔여 가구를 섭렵하고 있다.
 굳이 몇번이라고 번지수를 안써도 이들 덕에 우편물은 가야할 곳에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송씨는 요즈음 우편물을 돌리면서 몇가지 느끼는 바가 있다. 시골에 할아버지, 할머니만 남은 집이 허다하고, 빈 집이 한 두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아는 바이지만 송씨는 직접 그것을 눈으로 본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메운다고 한다.
 또 한가지는 인정이 메말라 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반가운 손님이 온 것처럼 때되면 찾아오는 자식처럼 친하게 대하며, 등도 두드려주고, 식사도 같이 했던 집이 여럿이었는데 요사이는 부쩍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긴 뭐니뭐니해도 우편물 내용 자체가 바뀌고, 많아졌다.
 “요즘 문안편지 쓰는 사람이 몇 되기나 하는 줄 아세요? 대개가 무작위로 보내는 광고 안내문이예요. 몇년 사이에 엄청나게 늘어났죠.”
 어차피 가정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휴지가 될 줄 알면서도 일일이 집집마다 넣어야할 때 문득 고민스럽다. 이 가치없는 우편물이 낳은 노동력의 낭비와 엄청난 자원낭비. 그는 그런 가운데에서 충분히 세상의 변화를 느끼며 산다.
 송상진씨. 그 자신도 때로 어떻게 10년 넘도록 이 일을 해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를 버리지 않고 하루 하루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을 일을 고집스럽게 지탱해 온 보기드문 의지의 젊은이다.
 또한 그동안 으례 나이든 사람들의 그저그런 직업정도로 여겨온 자신의 직업에 성실한 젊은이의 이미지를 심어 넣음으로써 직업의식의 변화를 주도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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