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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워도 세상탓 한 적 없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풍류꾼 김병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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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저녁을 일찌감치 먹고 잠을 청했지만 뜻대로 잠이 오지 않아 고생을 했다 한다. 요즘은 그 시간에 일어나는 일에 이골이 붙어서 어려움은 없다.
 김병일씨의 하루일과는 대부분 일정하다. 새벽 4시부터 6시 30분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아침식사하고,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당진읍으로 출근을 한다. 청소가 미진한 곳, 도로변등을 다시 청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청소」와 관련된 그의 생활은 청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요즘은 제집 앞 청소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슈. 심지어 집앞 쓰레기를 도로로 쓸어 내버리는 사람도 많구.”
 ‘옛날에 자기집 앞 쓸고나면 골목도 청소하곤 하던 우리네 인심이 이렇게 각박해졌나’하는 듯 김병일씨는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그 쓸쓸함은 각박해진 인심탓만은 아니다.
 4남 1녀를 낳고 그저 열심히 둘이서 일하며 살아왔는데 얼마전부터 심장이 좋지않아 집에 쉬고있는 아내가 못내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 59세면 그만 둬야하는 이 직업도 걱정은 걱정이다.
 “어디 아픈디도 없구, 더 일할 수 있는디...”
 5년전에 다리를 수술하고, 작년에는 심장을 수술한 아내 뒷바라지 하고, 적어도 자식들한테 짐되지 않게 살려면 늙기 전에 더 벌어야 하련만 내년이면 퇴직해야 할 일이 걱정인 것이다. 그래도 남에게 해될 일 하지않고 착하게 살아와선지 작년 아내의 심장수술은 중앙성결교회 이승희 장로의 주선으로 심장재단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할 수 있었다.
 본디 말이 별로없는 김병일씨는 사실은 대단한 풍류꾼이다. 열일곱살때부터 ‘두레’꾼들 속에서 상모를 돌렸던 그는 당진군 농악대 회원이기도 하다. ‘열두발이’가 그의 특기라고 한다. 이런 풍류탓에 그는 술없이도 세상의 고통을 너끈히 이길 수 있는지 모른다.
 고대면 장항리에서 태어나 왜정때 국민학교를 다니다 시류땜에 그만둔 뒤 다시는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그는 단 한번도 그것을 세상탓, 부모탓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그것은 자기몫의 안타까운 운명일 뿐이었다. 그래서 가난을 대물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을 뿐이다.
 「만일 큰 돈이 생긴다면...」 다른 것 다 마다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김병일씨.
 단 하루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절망하거나 회의한 적이 없다는 그는 나이는 들었지만 진정한 직업인에 다름아니다.
 그는 전통적인 우리 풍물가락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자기집 마당과 남의 집 마당을 똑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네 소중한 미풍양속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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