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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텃새에 금메달 2관왕 놓쳐

 경기내내 TV브라운관을 통해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던 일이 있다. 일본의 일방적인 출발지점 변경으로 싸이클에서 아깝게 놓친 금메달 하나. 일본현지와 방송에서 내보내는 연일 흥분된 항변에 누구나 수긍하고 안타까와 했지만 정작 그 장본인이 당진군 합덕읍 홍석한(20세)이라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제 갓 나이 스물에 「1Km독주 04초 312」라는 아시아 신기록을 가진 홍석한.  지금까지의 아시아기록을 0.1초나 앞당겨 레이스를 완주한 홍석한은 누가봐도 금메달 따논 당상이었다. 한국의 싸이클팀은 홍석한 2관왕을 비롯해 금메달 셋을 목표로 당당히 일본 히로시마로 갔다.
 그러나 홍석한의 경기가 있던 12일, 일본선수와 경기장의 반대편에서 출발을 기다리던 홍석한은 출발지점을 교체하라는 일본측의 돌연한 요구에 항변했지만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 출전포기로 간주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바람막이가 튼튼하게 된 본부석 앞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홍석한은 출발지점을 바꾸는 바람에 4백m거리 경기장을 두바퀴 반 도는동안 세번이나 바람을 맞고 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시상식은 후다닥 치러졌고, 단상에 서지 않으려는 석한이를 간신히 달래 올려놓은 아버지 홍봉기(44세)씨는 14일로 예정된 4인조 경기는 보지도 않고 돌아오고 말았다. 어디 속상하다 뿐인가. 얼마나 피땀흘려 연습을 했는데...
 아버지 홍봉기씨는 낙담했을 석한이가 가슴아프기만 했다. 다행히도 4인조 경기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땄고, 그것은 석한이가 역전을 시켰기 때문이었다.
 한사람의 위인이 등장하기까지 그 뒤에는 가족의 숨은 공이 있게 마련인 것처럼 운동에서도 1인자에게는 그만한 노력과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아버지 홍씨는 석한이가 국민학교 육상부이던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 봐왔고 중1때 싸이클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림자처럼 석한이를 따라다녔다.
 또 새벽 5시에는 온 식구가 기상해 운동연습하러 나가는 석한이를 외롭지 않게 했다. 그런데 석한이는 연습벌레였다.  새벽연습에, 오후연습도 모자라 밤늦게 혼자 학교에 나가 촛불을 켜놓고 로울러로 다리훈련을 했다. 합덕농고(싸이클부 지도교사 조경용) 3학년에 재학중이던 작년에는 아시아 청소년선수권 대회에서 1인자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석한이는 지금 실업팀 기아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중앙대에 재학중이다.
 어려서는 자신이 석한이의 뒷바라지를 했지만 지금은 가족을 위해 월급을 꼬박꼬박 보내오는 석한이가 아버지는 기특하고 또 미안하기만 하다.
 “내 몸이 이렇지만 않으면 대학팀에 가서 고생도 훨씬 덜할텐데...”
 아버지 홍봉기씨는 합덕농협 신용부장으로 있던 지난 91년 과로가 겹쳐 쓰러진 뒤 오른쪽 수족이 모두 불편해져 지금은 합덕농협의 농용자재 판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홍씨는 손도 뒤틀리고 절반쯤 쓰러진 상태였던 작년에도 석한이의 경기 때마다 코치하러 다녔다. 그것은 지금도,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그리고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김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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