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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며 빵굽는 신세대 아주머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길가에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이 있다. 붕어빵을 파는 천막들이다. 날씨가 궂은 날이나 출출해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시간에 내기게임을 해 사다 먹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한두개씩 사먹게 되는 것이 바로 붕어빵이다.
 “처음엔 너무 챙피해서 손님이 오면 고개부터 숙였어요”  웃으며 말하는 정미순(29세)씨. 지난 겨울부터 일교다리 옆에서 붕어빵을 파는 젊은 아주머니이다.
 “붕어빵 장사를 하겠다고 하니까 친척들이 많이 말렸어요. 챙피하다구요. 그렇지만 젊었을 때 빨리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완강하게 버텄죠”
 고집센 성격, 강한 생활력이 없었다면 서른도 채 안된 젊은 나이에 길거리에 나와 장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 나오기 전에는 집에서 부업도 많이 했었어요. 가발 만드는 일, 귀거리 구슬 꿰는 일... 그런데 한달을 꼬박 해봐야 고작 6~7만원정도였어요”
 그에 비하면 붕어빵 장사는 훨씬 짭짤한 편이라고 한다. 하루종일 구워 팔면 재료비 제외하고 3만원 정도는 벌 수 있어서 지금은 매일 저금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얼마전에는 큰 계를 새로 시작했다. 내년 이맘때 쯤이면 비록 넓지는 않아도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작은 전셋방을 장만할 수 있을것 같다고 한다.
 건축일을 하는 남편과는 스무살때 결혼해서 여덟살, 여섯살 난 개구쟁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영재교육이다, 조기교육이다 말도 많고 경쟁의식도 팽배해진 요즈음이지만 정씨는 자녀교육에 관한 한 ‘소신파’이다.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이라면 열심히 뒷받침 해주어야겠지만 남들이 한다고 무리하게 따라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일 뿐이지 아이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정미순씨의 가장 큰 바램이라면 남편과 아이들의 건강이다. 하지만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못다한 공부를 꼭 해보겠다는 자신을 위한 야무진 꿈도 갖고있다.
 ‘신세대 아주머니’답게 오늘도 정미순씨는 붕어빵을 구우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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