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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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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체제운동에서 문민정부에 참여하기까지

              신앙적 동기로 출발한 근로자 인권운동,
                       그리고 지금은 개혁의 주체

 

4번에 걸친 투옥, YH사건때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사회 각분야에 걸친 당진출신 출향인들의 두드러진 활약은 지역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술분야의 김경인 인하대 교수, 신성전문대 설립자 이병하씨, 인천시의원 박태화씨, 합참의장 출신의 이필섭씨.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각기 자기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군사정권 아래서 우리가 이름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던, 그러나 우리역사의 중요한 물줄기를 형성해가던 3명의 재야지도자가 있다.
 박우섭 전 민청련의장, 김형곤 현 전노련의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 그들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는 한길을 갔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금은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우섭 전 민청련의장은 재야영입 케이스로 대통령선거전 신민련을 이끌고 민주당에 입당해 현재 민주당 정책실장을 맡고있고, 김형곤 현 전노련의장은 87년에 수배된 이후 지금까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운동의 외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74년 긴급조치 1호로 10년형을 구형받은 이래 78년 긴급조치 9호 위반, 79년 YH사건 배후조종혐의, 80년 김대중 내란예비음모사건 등으로 4번에 걸친 투옥과 20년이 넘게 영등포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며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던 인명진(49세) 목사는 청와대 직속 자문기관인 「행정쇄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인목사는 79년 YH사건에 연루돼 이문영 고대교수, 고은 시인, 문동환 목사, 서경석 경실련 사무국장, 김덕룡 민자당 서울시지부장 등과 함께 구속됐는데 그때 김영삼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때 그 인연때문이었는지 인목사는 문민정부 아래서 개혁의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졸면 각성제 먹이는
노동현실을 보며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투쟁경력과 이력에도 불구하고 인목사가 이렇듯 오랜기간 고난의 길에 접어들어 머물러온 것은 순수한 신앙적 동기때문이었다.
 지난 72년, 26세의 나이로 영등포에서 목회활동을 시작한 그는 기독교 진리는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고, 더불어 살기 위해 어떻게 사랑을 실천하느냐, 이 시대에 소외받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냐는 고민을 시작하면서 당시 혹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루 12~18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며 걸핏하면 구타당하고, 월급을 떼이고, 심지어 피로로 졸고있는 근로자에게 각성제를 먹이는 등 인간이하의 취급을 당하는 근로자를 보면서 그의 신앙적인 의지가 굳어져 갔던 것이다.
 근로자들의 가난과 고난에 대한 고민에 접어들면서 인목사는 차츰 가진자 중심의 경제체제, 민주적이지 못한 정치구조에 그 원인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정부로 바꾸기 위해 인권운동, 민주화운동, 반체제운동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경실련, 바른 언론,
행정쇄신위 활동하며
직업병전문 ‘제중병원’설립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권위주의 시대와 맞서 싸워온 인목사는 지금도 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경석 사무총장과 함께 설립했던 경실련에서 부정부패 추방운동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바른언론을 위한 시민연합」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언론이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또한 시민의 입장에서 언론의 횡포를 막는 데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행정쇄신위원회」 위원으로 장애자, 탁아, 노동문제, 의료보험문제 등의 제도와 법을 바꾸는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인목사는 그중 자신의 노력으로 행정쇄신위원회 산하에 「고충처리위원회」를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는 감사원장 자문기관인 「부정방지대책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인목사는 그동안 숙원해오던 근로자 병원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근로자의 직업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게 될 ‘제중병원’이 바로 그것. 3백억원의 예산으로 내년에 완공될 이 병원은 기아에서 6천여평의 땅을 내놓고 우리정부와 일본정부, 교회, 기업체등에서 기부했다고 한다.

“개혁이 더 나아가지 못함은 시민단체쪾야당책임도 커”

 현정부의 개혁에 대해 묻자 인목사는 개혁의 성과로 금융실명제와 군의 개혁, 정치관계법 통과, 공직자윤리법과 재산등록 등을 들었다.
 “또 권력형 부정부패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습니까? 그 예로 민영방송사선정, 고속전철 입찰에서 돈과 관련된 잡음은 전혀 없지 않았나요?”
 그러면서도 아직도 만족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특히 인사개혁에 5.6공 세력이 섞여있음은 실망스럽다고.
 “하지만 개혁이 여기서 더 나가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는 데에는 시민단체와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개혁이 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아직도 정부에서 실수하기만 기다리는 세력도 있어요. 이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최근 나돌고 있는 장관설과 전국구 의원설에 대해 인목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장관이 되고자 했다면 벌써 됐겠지요. 전국구의원 제의는 예전에 통일민주당과 지난 14대 선거때 두번 받았어요. 지금도 서울에 지역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선거풍토에서는 전혀 참여할 뜻이 없어요”

전문대 설립에 큰 역할,
석문공단에 자주 우려 나타내

 시간이 흐르면서 화제는 자연히 지역얘기로 옮겨갔다. 신성전문대 인가과정에서 인목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하자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그것은 설립조건이 되기 때문에 인가된 거겠죠. 그 과정에서 여러사람이 노력을 했는데 나도 그중 한사람이었다고 보면 돼요. 당진이 지식과 문화가 걸맞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는 우려를 하던 차에 대학을 설립한다기에 설립계획서를 갖고 청와대, 교육부 등을 돌면서 열심히 설명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내가 대학을 설립하는 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인목사 이권 하나 챙겼네’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는 이도 있어요”
 이야기 도중 인목사는 석문국가공단과 신도시개발에 대한 우려를 자주 나타냈다. 그 역시 석문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당진군민이 어떻게든 힘을 합쳐 공해공장이 못들어오게 막고, 당진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 지역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발이 돼야할 텐데요”
 물론 그것은 인목사를 포함한 우리모두의 바램이다.

“민족정기차원 송덕비
건립반대 충분히 이해해”

 지역에서 한때 논란의 일었던 「인태식 선생 송덕비」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가 이어졌다.
 “지역에서 일부 송덕비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목사님이 불쾌해 하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하자 인목사는 크게 웃으면서 고개를 젖는다.
 “내가 송덕비 건립식에 내려갔던 것은 단순히 종친 어른들을 만나뵙고 싶어서였죠. 저는 송덕비를 세우려는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과 민족정기차원에서 반대하는 입장을 다 이해해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요”
 인목사는 자신의 조부가 일정때 지주였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자기집안이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서 집안사람을 무조건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지역에 새 리더쉽 형성위해
시민운동 적극 나서야

 그리고 인목사는 당진지역이 낙후되고 건강성을 잃어가는 데에는 교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말한다.
 “목사님들께서 주민을 깨우치고 정신적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인목사는 지역의 개혁은 지방자치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정치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건전한 시민운동세력이 지방자치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는 지역토호들의 기득권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되고말 거예요. 지역에도 새로운 리더쉽의 형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민운동이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도 시민운동의 개혁적인 뜻을 적극 지원해야 되구요”
 인목사는 끝으로 그동안 누가 될까봐 찾아뵙지 못했던 친지들과 석문국민학교, 당진중학교 동창들과도 어울리고 싶다는 소박한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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