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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환경 딛고 충대 장학생 입학 - 순성면 성북리 강미경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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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족 모두 장애인, 책값등 마련할 길 없어
모 지방일간지 도움으로 등록금 간신히 해결

 순성면 성북리 702번지, 일명 '안골'이라 불리는 작은 산마을에 사는 강미경(19세).
 마을이라고 해봐야 첩첩한 산 건너건너 열집 있는 가운데 벌써 세 집은 비고, 노인들만 사는 집이 태반인 이곳에서 미경양은 나고 자라고, 남들 어렵다는 4년제 대학에, 그것도 장학생으로 합격을 했다.
 충남대 공업화학교육과. 그러나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과가 있는 이과에 지원해 눈물겹게 합격한 미경양이 합격의 기쁨을 누린 시간은 너무 짧았다. 앞을 못보는 아버지, 정신장애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여동생. 네 식구중 성한 사람은 자신 한 몸인데 청운의 꿈을 좇아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도 그렇고, 막상 그러자니 일푼 손에 쥔 것이 없는 집안 형편이 까닭없었다.
 다행히 담임선생님(당진여고 전웅주 교사)의 노력으로 모 지방일간지의 도움을 받게 돼 등록금은 해결했고, 눈은 안 뵈지만 인심을 잃지 않은 아버지가 어디선가 3십만원을 꿔 와 기숙사비도 1학기분은 치렀다. 장학생이라 1백3만8천원 중 67만원만 내면 됐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이제 3월 2일이면 닥쳐올 입학식. 가슴 설레기도 전에 당장 책값은 어떻게 치르고, 집안식구들은 어찌해야 할지 미경인 가슴만 조리고 있다.
 "그래도 그동안 돈 안들이고 키웠어요. 고등학교도 장학생으로 들어갔으니까"
 여덟살 때 홍역 약을 잘못 쓰는 바람에 눈이 감겨버린 아버지 강진기(70세)씨는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 나이다. 인물도 잘나고 일자 가르친 것 없어도 혼자 잘 커준 큰딸이 대견스럽지만은 않은 아버지의 심정은 뭐라 말할 수 없다.
 흙집 단칸방에 정신이 성치 않은 엄마, 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도 학교에선 모범생으로, 명랑과 예절을 잃지 않고 살은 미경이.
 "주말마다 집에 와서 식구들 살펴줘야죠. 언젠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게 꿈입니다."
 미경이는 틀림없이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김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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