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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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ꡒ폐교되는 학교를 보면 제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느낍니다ꡓ-박병선 당진국민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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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국민학교 박병선(64세)교장은 내년 2월이면 정년퇴임을하게 된다. 요즈음 그는 부쩍 바빠졌다. 제자들 주례 서주고 노인대학에 강연하러 가기도 하고 각종모임에 축사를 해주는 등 여기저기서 부르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박교장은 18살때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첫 발령지였던 기지국민학교에서부터 송악국, 탑동국, 당진국등 당진군내 국민학교에서만 47년을 근무했다.

ꡒ학교 밖에 있을 때에는 왠지 마음이 놓이질 않았습니다. 뭔가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였죠. 방학 때에도 꼬박꼬박 학교에 나가고 명절때도 그랬어요ꡓ

그가 시도 때도 없이 학교에 나가 책을 읽고 연구를 했던것은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범대 출신이 아니라는 소외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행여라도 자질이 부족한 교사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남보다 두배, 세배의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 그래서인지 비교적 빠르게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ꡒ선생 노릇이란게 하면 할수록 어렵습니다. 부단히 교사로서의 자질향상에도 노력해야 하는데다가 당장 주어지는 갖가지 잔업무도 무척 많습니다ꡓ

그러나 역할이 중대하고 어려운 것에 비해 교원의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낮아 박교장 역시 평교사 시절엔 갈등과 불만이 많았었다. 하지만 스승의 날이라고 꽃 사들고 찾아오는 제자들을 볼때면 보람을 느끼곤 했다고. 아마도 그런 흐뭇한 기억때문에 박교장은 긴 세월을 평범한 교육자로서 살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농촌지역의 학교가 통폐합되는 것을 보면서 박교장은 ꡐ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아픔ꡑ을 느낀다고 한다.

ꡒ다른 나라는 학생이 한명만 있어도 폐교시키지 않는다는 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된데에는 교육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교육을 푸대접하는 위정자들의 자세가 안타까울 뿐이예요. 최소한 GNP의 5%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ꡓ

현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얘기하면서 박교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항상 학교일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박교장은 가족들에겐 소홀히 대해왔다. 한번도 어린 자식들을 무릎에 앉혀 보질 않았고, 혼자서 힘들게 농사 일하는 아내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번 해준적이 없다고.

ꡒ지금에 와서야 아내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명절날에도 차례만 지내고 학교에 나가는 남편을 많이 원망했을 거예요. 그래도 꾸준히 자식들 뒷바라지를 도맡아 해줬으니 아내와 자식에게 큰 빚을 진 셈입니다ꡓ

이제 47년만에 평범한 할아버지로 돌아가는 박교장은 앞으로는 가족에 대한 빚을 갚으며 살아가겠다고 한다.

ꡒ아내와 같이 농사일도 하고 자식들에게 자상하게 대해주지 못했으니 그대신 손주들을 더 귀여워해 줘야죠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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