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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건 적어도 넉넉하게 산다 그 비결은 낙천과 베품-당진세탁소 이기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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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46세)씨의 생활신조는 ꡐ늘 즐겁게 살자ꡑ는 것이다. 그래서 주머니가 텅비어 있어도, 온종일 다림질에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파도 그는 짜증내거나 인상쓰지 않는다. 가진 게 많아 그런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탁소 일만으로는 대학교,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네 딸들 학비 대주기가 빠듯한데 얼마전부터 신경통이 생겨 일을 많이 할 수도 없게 됐다.

넉넉한 집안에서 고생을 모르고 자란것도 아니다. 국민학교 졸업하고 이내 서울로 올라가 봉제일을 시작했었다. 월급 500원을 받으며 미아리 판자집에서 한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한창때에는 분뇨 수거차를 끌어보기도 했고,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찌들은 모습은 아니다.

ꡒ예나 지금이나 내가 하는 일이 천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하루 만원을 벌더라도 쪼개고 쪼개 살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고, 잘 살고 싶은 욕심이야 누구든지 있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너무 매달리다보면 그만큼 맘 상하는 일도 많게 돼요ꡓ

이기형씨가 넉넉하게(?) 살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또 한가지가 이유가 있다. 비록 가진 건 없었어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는 사실에 그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바로 그가 10여년간 의용소방대 일을 해오면서 얻은 값진 보상이다.

ꡒ다른 봉사단체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데가 많아요. 하지만 의소대일이야 몸 하나로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내 몸 아까지 않고 봉사한다는 것이 성금내는 것 보다는 훨씬 보람이 커요ꡓ

그가 2,30대였을 때에는 이해타산에 밝지 않았던 대신 의협심은 강했었다. 그래서 별 주저없이 의용소방대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엔 의용소방대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이 늘 ꡐ요즈음 젊은이들ꡑ 운운하는 것으로 넘겨버릴 일은 아닌듯 싶다.

이기형씨는 ꡐ귀신잡는ꡑ 해병대 출신이다. 뭔가 으시대고 싶어 그야말로 ꡐ객기ꡑ 하나로 해병대에 지원했었다. 혹독한 훈련에 고생깨나 했지만 아무리 험한 일에도 몸사리지 않는 용기를 갖게 되기도 했다. 그는 지금 해병대 동지들을 찾고 있다. 해병동지회를 만들어 교통정리도 하고 청소년을 선도하는 등 기동봉사대로 활약할 계획이란다.

세탁소 일 25년동안 비싼 옷감들도 많이 만져보았지만 정작 대학교 다니는 큰 딸에겐 정장 한벌 해주지 못한 게 그는 늘 맘에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사치 부리지 않고 수수하고 검소한 딸아이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기형씨의 새해소망은 간단하다. ꡒ그저 건강한 것ꡓ이다. 그리고 지난해 같은 큰 재난이 없었으면 좋겠고,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을 가로채 여러사람들 분노케하고 속 끊이는 일도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명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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