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학 포기하고 미용사가 된 심지 곧은 젊은 남자-유진호헤어콜렉션 대표 유진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덕에서 미용실을 하는 유진호씨는 올해 스물아홉의 젊은 남자다. 메이크업사인 그의 아내는 웨딩샵을 맡아서 하고 있고 함께 일하는 미용사도 셋이나 된다. 남들에 비해 빠르게 자릴 잡은 셈이다.

 유씨는 어렸을 때 부친을 잃고 미용실을 하던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오로지 그가 대학을 나와 성공하기 바랬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가 그토록 반대하던 미용사가 되었다. 그것도 삼수까지 해 들어간 대학을 포기하고서. 대학에서 딱딱한 회계학을 공부한다는 게 그는 도무지 내키지 않았고 어려서부터 보아온 미용일에 관심이 있었다.

 전혀 돋보이지 않던 사람이 머리모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워 보이는 것을 보면서 미용일은 단순히 기술뿐만이 아닌 창의력과 미적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고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미용사를 기술자, 돈 많이 버는 사람쯤으로만 낮게 평가해도 유씨는 조금도 남들 눈을 의식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살기위해서 마지 못해 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남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과감히 버린 그였다.

 유씨는 2년동안 일본연수를 다녀왔는데  말 그대로 고생길이었다. 한국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더라도 미용이 발달한 그곳에선 중류로 취급되어 월급도 낮은데다 라면 한개에 2천원씩 하는 높은 물가탓에 생활고에 허덕였다. 하는 수 없이 낮엔 미용실에서 일하고 밤엔 아르바이트를 했다.

 유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미용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힘들수록 일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고 어머니의 불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니 빨리 성공해 어머니 앞에 당당히 서고 싶은 욕심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를 지도해 주었던 선생은 대충 가르쳐 주지 않았다. 미용일은 어렵게 배워야 실수가 없다는 게 이유였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쉽게, 빨리 배울수록 그만큼 실수가 잦아지고 한번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게 미용일이었다. 그리고 유행의 흐름만 잘 타면 금새 손님이 몰리지만 그보다 손님의 숨겨진 개성을 찾아내 주면 평생 고객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유씨는 4년전 고향인 합덕으로 내려왔다. 어머니가 위중해 함께 일을 거들어야 했다. 반대하던 어머니도 오랜 타향생활에 지쳐있던 그를 반겨주었다.

 한때 호된 고생을 겪으며 돈 버는 일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유씨는 지금 의지할 곳 없는 노인과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나누며 살아가는 삶이 훨씬 풍족하다는 사실은 지나가던 거지들을 빠짐없이 불러다 머리 손질해주며 기뻐하던 어머니가 3년전 그의 곁을 떠난 후에야 깨달은 가치였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