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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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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통해 ꡐ자기만의 방ꡑ 꾸미는 주부화가-여울목문구 안의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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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보다 편지 한통으로 사연을 전하고 싶은 때가 요즈음이다. ꡐ용건만 간단히ꡑ 해야하는 전화는 편하고 빠르긴 해도 끊고나면 왠지 허전하다. 그러나 ꡐ용건ꡑ보다 ꡐ느낌ꡑ이 많은 이 계절에는 바쁜 일상에도 편지 쓰기위해 따로 낸 시간이 아깝지 않다.

 당진국민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하는 안의수(35세)씨는 늘 그런 시간들을 갈망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문학소녀 같은 섬세한 정서와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그는 이미 대한민국 예술대전에 두차례 입선, 정식으로 등단한 화가이다.

 세아이를 둔 주부로, 가게방 주인으로 쉴새없이 바쁘지만 안씨는 단 한번도 그림 그리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에게 그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한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친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작업실 없이 가게 한 모퉁이에서 작업을 해도, 고급종이가 아니더라도 안씨는 현실을 탓하지 않는다. 현실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할 수 있는 것만큼만 욕심을 낸다.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활용하는 지혜이다. 그렇다고 작가적 의식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못다한 그림공부도 하고 싶고 우쭐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작품들을 ꡐ남발ꡑ하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한번도 갖지 못한 개인전을 열고 당당히 평가받고 싶은 욕망도 있다. 단지 그것은 기다림이 필요하고 지금은 조용히 자신을 다듬어야할 때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수묵화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깊고 그윽한 멋을 풍기는 수묵화는 차분한 그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안씨가 그림을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다. 학창시절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그림공부를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학에 가겠다고 무작정 상경해 방황하다가 인사동에서 우연히 한 은사를 만나 딱 두달간 그림을 배운것이 고작이다. 인사동 고택의 고운 지붕선을 바라보며 그림에 몰입했던 그때가 안씨는 가장 행복했었다고 전한다.

 그리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갔다. 그러나 그림을 늘 그의 곁에 있었다. 농사일을 바쁘게 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무엇이 있으면 안방에 들어가 붓을 집어들곤 했다. 동네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정도였다. 혼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한계를 느껴 지역미술인들의 모임인 학동인회에 참여했다.

 꼬마손님들로 붐비던 가게가 한산해진 후 붓을 드는 때가 그에겐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이다. 자질구레한 일들로 상처 받았던 고단한 하루가, ꡐ남들처럼ꡑ이란 허영에 시달렸던 기억들이 어느새 과거가 되고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 어느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지쳐있던 심신을 달래는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창작을 통해서만이 한 인간으로서 진정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게 되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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