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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미리 알고 준비하는 새들처럼 - 순성면 아찬리 맹경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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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두렁에 알을 낳는 뜸북새는 그해 홍수가 날 것이 예견되면 산중턱으로 장소를 옮겨 알을 낳는다. 까치가 둥지를 틀 때도 마찬가지로 그해 비가 많이 올듯하면 위쪽이 아닌 둥지 옆구리에 출입구를 만든다고 한다. 주변환경에 민감한 새들이 사는 방식은 이처럼 변화를 미리 예감하고 준비해 놓는 것이다.
 순성면 아찬리, 과수원이 많은 이 마을에서 팔순의 노부모와 세아이,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맹경섭(40세)씨가 사는 방식도 그렇다.
 이즈음 그의 집에 가면 그야말로 풍성하다. 3천5백평의 과수원엔 잘생긴 사과와 배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고, 노부모의 생활비를 대줄 1백그루의 대추나무, 호도나무 또한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30여종에 가까운 관상 새들이다.
 결코 작지 않은 살림을 아내와 둘이서 꾸려가고 있는 그는 놀라울만큼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을 지녔다. 16년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조상의 산소에 벌초하러 내려온’ 고향에서 그는 사과농사를 물려받았다.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가락’이 있어 재배 자체는 어렵지 않았던 그가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것은 사과의 상품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포장방식의 개선이 그것이었는데 동네 사람들과 작목반을 만들어 처음으로 난자포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6년전부터 서서히 유기농법으로 전환해 맛좋고 품질좋은 사과를 생산해내는 일인자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늘 2, 3년을 앞서 생각하고 방향전환을 주저하지 않은 결과다. 그 원동력은 바로 연구하는 생활에서 나온 것이다. 그의 집 거실에 줄줄이 걸려있는 숱한 수료증들이 이를 말해준다.
 그는 지금도 사람들과 선진지견학이라는 것을 곧잘 간다. 불혹의 나이에 매주 월요일이면 빠짐없이 산업대학원에 나가 강의를 듣기도 한다. 주먹구구식 ‘농사’에서 과학적인 ‘영농’으로 바꾸어가기 위한 그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원앙새, 금계, 은계, 산계, 실버프린스, 공작, 칠면조등등 그의 집엔 30여종의 관상 새들이 있다.
 새 기르기는 그의 취미이자 부업이기도 한데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수월하고 수입도 짭짤하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 꼬마들에게 자연학습장을 공짜로 제공하는 맘씨 좋은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가장 자연과 친숙한 만큼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을 갖고 있는 이 새들처럼 맹경섭씨는 요즈음 안개가 잦아 사과재배가 쉽지 않은 순성에서 손으로 쪼개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깔 좋은 사과를 어떻게 생산해 낼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다.
/이명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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