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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문화잔재 씻는 것도 내 책임의 일부였다” - 갈릴리 교회 인명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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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문화잔재 씻는 것도 내 책임의 일부였다”
행정쇄신위원, 노사관계개혁위원으로  KBS이사로 - 그는 여전히 싸움중
인명진 목사


 “저처럼 평범한 서울의 작은 교회목사를 너무 특별대우하는 것 아닙니까?”
 인터뷰에 앞서 나눈 전화통화에서 인명진 목사가 한 첫마디였다. 그냥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일이 짐짓 부담스럽고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목사라는 그의 직업을 떠나 현정부의 행정쇄신위원으로, 노사관계개혁위원으로, 공영방송 KBS의 이사로서 오늘 우리사회 현실개혁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인목사를 2년만에 다시 만나는 일은 당연하고 의미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수시로 그는 고향인 당진군의 중요한 사업을 정부요처에 소개하고 설득하는 로비스트의 몫도 하고 있다.
 그를 만나면 변화하는 세계와 한국속에서 우리당진을 한번 점검해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인목사는 통화끝에 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난세일수록 해결은 ‘정도’에서

 11월 12일, 쌀쌀하고 탁한 서울의 가을하늘 아래서 복잡한 구로동 골목길을 뒤져 찾아간 갈릴리교회는 정말 작고 아담하였다. 적당한 눈높이에 좧희망의 집좩이라는 글씨가 갈릴리교회 입간판과 함께 또박또박 박혀 있었다. 지어진지 10년쯤 됐다는 이 교회의 낮고 푸근한 인상은 ‘재야를 떠나 현정부의 개혁에 가담했다’는 인목사의 혐의(?)를 덜기에 충분할 만큼 소박하고 정직해 보였다.
 인목사가 앞손님의 방문을 받는동안 사무실 한 직원이 ‘요사이 목사님은 노사관계 개혁문제로 정신없이 바빴다’는 귀뜸을 해주었다.
 고향에서 올라온 기자를 반갑게 맞은 인명진 목사는 앉기가 무섭게 고향소식을 물었다. 석문공단문제며, 한보의 화력발전소 건설계획 등등 결국 우리지역을 둘러싼 최대의 현안은 누가봐도 ‘개발과 환경’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인목사는 이문제에 대단한 관심과 우려를 표하며 “필요에 의해 이미 시작된 개발인만큼 무조건적인 반대나 무조건적인 입주나 모두 경계할 일”이라고 말했다.
 “길게 보고 좀더 좋은 기업이 유치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공해저감에 대한 약속과 감시 역시 필수겠지요. 어떤 기업이 유치될 때 어떤 공해가 있는지 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사전에 주민에게 주는 것도 지역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몫이라고 봅니다.”
 인목사는 여기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유치운동도 필요한 때라고 안타깝다는 듯이 힘주어 말했다. 난세일수록 해결방법은 ‘정도(正道)’에서 찾아야 한다는 원칙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무거운 화제로 시작된 인터뷰는 인목사가 전해준 소식으로 밝아졌다.

내년이면 당진 난시청 해소돼

 “내년이면 당진지역의 난시청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당진에 무인송신소가 설 계획이거든요.”
 인목사가 KBS의 이사로 전격발탁된 이후 고향 당진에 안겨줄 첫 선물은 ‘난시청 해결’이다.  KBS 제1, 제2TV와 MBC를 지역을 막론하고 깨끗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성전문대 설립등 고향 당진을 위해서 많은 지원과 중앙부처의 예산을 확보하는 일에도 애를 쓰고 계시다는데요?”
 기자의 질문에 인목사는 ‘지방교부세는 다소 정치적인 예산이기 때문에 누군가 중앙에서 도와주면 보다 쉽게 확보할 수있는 예산’이라고 응수했다.
 “말하자면 제가 하는 일은 그런 것이죠.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중앙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는 겁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인목사는 위생쓰레기매립장 예산 13억이 환경부로부터 지원된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소개한 것 이상으로 자세히 알고 있었다. 기자가 추궁하자 인목사는 “그렇다면 그 성과는 내몫이라고 해도 되겠네요”라고 말하고 나더니 자신의 농담이 우스웠던지 이내 유쾌하게 웃었다.
 얼마전에는 김명선 군의원을 만나 합덕읍 구청사 얘기를 들었다며 ‘로비중’이라고 했다.

OECD가입 앞둔 ‘노사관계정립’과제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정치상황 때문에 비정상적인 길을 걸어왔습니다.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인 단체활동을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제약해 온 것이죠. 그런데 OECD에 가입하자니 이 점이 국제수준에 미달돼 결국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동안 지켜지지도 않았던 개별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형식적으로만 높게 정해져 있어 이 역시 국가경쟁력과는 거리가 멀죠.”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노사문제의 핵심을 이렇게 간략하게 설명하는 인목사는 이를 조정하고 개선하느라고 지난 6개월동안 거의 매일같이 노사관계 개혁위원회의 소위원회를 소집해야 했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고생이 말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70년대 도시산업선교회를 통해 인권운동차원에서 노동운동을 계속해온 이 분야가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단한 보람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거리에서 소리높이 외치던 구호가 정부의 제도 속에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너무한 것은 인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한다는 위원회가 글쎄 몇달동안 여비 한번 주지 않더라구요.”
 이렇게 간간이 농담으로 인목사는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바꿔놓곤 했다.

비전문가가 행정대학원에서 특강?

 인목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행정쇄신위원회와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또렷하게 자신하고 있었다.
 “아마도 세계적일 겁니다. 이름난 선진국에서도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로 한국에 배우러 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들이 작성한 연구서를 보니 우리 성공비결이 바로 행정비전문가요 시민운동대표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더군요. 정말 아이러니 아닙니까?”
 이미 정해진 원리에서 출발한 행정전문가들 사이에서 철저히 국민의 생활, 국민의 편리라는 편에서 원리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정쇄신위원회의 생명이 아닐 수 없었다.
 “말하자면 무식하니까(!)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지적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거죠. 저 행정대학원에서 특강도 합니다.”
 인목사는 또한번 유쾌하게 웃었다.
 국제운전면허증제도와 민원증명요구제도, 주택관리사제도, 그린면허증제도, 그리고 퇴직하지 않고는 배우자와 함께 출국할 수 없도록 한 교육공무원제도가 그의 노력으로 개선되었다. 위원회안에서 인목사의 별명은 “불통”(로비가 안통한다는 뜻)이다.
 “여러면에서 정말 보람있긴 합니다만 적(敵)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권력기구의 권력을 축소하고 국민을 위해 기득권을 해제했으니 저를 곱지않게 보는 사람도 많죠. 신변의 위협도 여전합니다. 어쩌면 재야시절보다 더 외롭습니다.”
 70, 80년대 당시에는 ‘투사’라고 국민적인 존경도 받았고 적어도 ‘깨끗함’에 대해서 오해를 받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그를 ‘고생한다’고 보지 않는다. 어딘지 형편이 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벼슬도 없이, 급여도 없이, 받은 자가용 한대, 비서 하나없이 뛰어다니긴 옛날과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전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더 외롭게 말입니다. 다만 예전에 거리에서 하던 일을 장소만 바꿔서 할 따름입니다.”
 인목사는 말한다. ‘자신이 문민정부의 개혁에 참여한 것은 과거 자신이 싸웠던 군사독재의 잔재를 말끔히 씻어내는 일에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머지않아 자신은 자신의 본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사회선교의 모범 ‘갈릴리교회’

 갈릴리교회는 교인 2백명의 작은교회지만 평균학력이 제일 높은 양심적인 인텔리들이 교인이다. 이 갈릴리교회는 예산의 50%를 근로자,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환경등 사회선교에 사용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인목사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직업병 전문병원인 좧제중(濟衆-대중을 구제함)병원좩을 현재 20% 공정까지 끌어올렸다. 360억 예산확보를 향해 무일푼으로 달려가는 인명진 목사의 모습은 가진 것 없지만 잃은 것 또한 하나없는 순수한 모습이다.

 “내년초 송신소 기공식 때 당진에서 만납시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내색 하나없이 배웅까지 한 인목사는 서둘러 행정특강을 위해 다음 약속장소로 출발했다.
 벌써 저녁어스름이 깔리고 있었지만 희망의 집 앞에서는 바람도 훈훈했다. 누군가 앞서 칼바람을 막고 갔기 때문이다. 인명진 목사는 아직도 시대의 맨앞에 서 있었다.
/김태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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