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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닫힌 마음 열 수만 있다면" - 에바다농아교회 박경인, 표민애 목사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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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마치 한 겨울밤의 기나긴 악몽같았던 지난 한해를 보내고 새해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희망 한가지씩 가슴에 품었다. 어떤 고난을 겪더라도 늘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겠지’ 하며 한숨을 날려버리는 게 역경의 시대를 사는 서민들의 모습이다.

 40명의농아들을 밝은 세상 속으로 이끌기 위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수화를 가르치는 에바다농아교회(당진감리교회 내) 박경인(39세), 표민애(41세) 목사부부의 소망은 아들이 닫힌 마음을 열고 하루빨리 언어를 배워 자신들과, 또 세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소망은 스스로도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 부부가 백년가약을 맺고 농아선교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결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2년 전 당진에 온 뒤로부터 그 소망은 더욱 간절해졌다. 교회에 나오는 농아 40명 중 수화를 아는 이는 불과 10명 남짓. 나머지는 전혀 수화를 할 줄 몰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령도 높아 수화를 배워도 그 속도가 늦고 배우겠다는 의지도 약한 농아들을 볼 때마다 박경인 목사는 가슴이 아리다. 언어를 모르니 성경 말씀을 전할 수가 없고 세상과, 이웃과 완전히 단절된 채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 그들을 사회적인 인간으로, 나아가 신앙인으로 인도해야 하는게 이들 부부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당진에서 다행히 작년부터 당진군의 지원으로 농아들을 위한 최초의 수화교실이 열리게 되었다. 박경인 목사부부의 지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개강식이 있은 다음날 수화를 배우러 나온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들 부부는 농아들을 직접 찾아가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언제까지 그들을 어둠의 세계에 방치해 둘 수는 없다는 신념 하나로 이들 부부는 차디찬 겨울바람 맞으며 구석구석에 흩어져 살고 있는 농아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 부부는 얼마 전부터 합덕에서 호떡장사를 하게 됐다. 지방의회 지원금이 끊기면서 형편이 무척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립해야 한다는 각오로 거리에 나서게 됐지만 박경인 목사는 육체적인 고단함보다 무언가 본분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생각에 심적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고 한다. 농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게 자신의 역할인데 자신은 지금 거리에서호떡을 팔고 이Tssm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농아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굳이 부인할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명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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