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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1.01.15 00:00
  • 수정 2017.08.10 16:50
  • 호수 354

석문중학교 고완수 씨가 추천하는 <참꽃피는 마을>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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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찾아서

남도의 정서담긴 젊은 목사의 위트와 당대 비평

 

배란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아이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아파트 옆에 제법 넓은 공터가 있는 데 조무래기들이 그곳 경사면에 비료부대를 깔고 눈썰매를 신나게 타는 까닭이다. 비록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매우 즐거울 것이란 짐작은 발걸음이 재재바른 것만 보아도 쉬 알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의 이런 모습으로부터 내 유년의 추억을 낚아 올렸다. 나 역시 벽촌에서 나고 자란 탓에 겨우내 저 아이들의 입을 하고 추위를 녹였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왜 이런 식으로 첫머리를 들이대느냐고 의아해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이 지면이 책을 소개하는 곳이고 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오늘처럼 눈이 정갱이까지 빠지도록 내리는 날 굳이 집구석에 쳐박혀 책을 읽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내 좁은 소가지 때문이다. 이런 날은 그저 쏟아지는 눈발을 온몸으로 받으며 차라리 놀아보는 것이 어떨까?

그래도 꼭 책을 소개해야 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나 역시 책을 전문으로 소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내 맘대로 한권 소개할 수밖에. 그러나 책내용이 이렇다 저렇다 입이 아프도록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치피 내용을 소개한대도 나와 동일한 느낌을 가질 수 없을테니 말이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이란 향수자의 몫이 아니던가. 제목만 소개할테니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라(이렇게 마친다면 책소개를 부탁한 부장님은 얼마나 황당해할까?).

굳이 사족을 단다면 “토-옥 쏘는 사이다맛이 꼭 이 마을에 사는 맛 같다”(40쪽)라는 지은이의 말로 대신하고 싶은데 이걸로 부족하다면 좀더 수다를 떨어야겠지. 이 책의 지은이는 <남녘교회>에 시무하는 임의진이라는 젊은 목사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예배당에 관련된 내용으로 들어차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젊기 때문에 내용이 뻔하리라는 속단도 금물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개인화·물신화 한 현대인들의 삶에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고 있다. 이런 점은 “참꽃 진달래처럼 그늘진 땅에 무리지어 피어 / 이웃사촌간 아옹다옹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 우리마을에 대고 멋대로 붙여본 이름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는 남녘교회를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지난한 삶과 그가 발딛고 살아가는 자연을 통해 “예수는 자연에서 자연을 가르친 자연의 스승이었다”(116쪽)라거나, “자연에게서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은, ‘자연인’ 그 빈그릇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은 목사, 신부, 수도자가 아니라 그 할애비라도 하느님을 정히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117쪽)라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쳐 줌과 동시에 그렇지 못한 현대의 삶을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판의 칼날만이 번뜩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입당송으로 ‘직녀에게’를, 찬송가 대신 ‘애국가’를 부르는 행위(욕을 퍼부울 기독교인도 있겠지만)라든가 능란한 전라도 사투리의 구사와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통해 유머와 위트라는 수필의 맛을 더하고 있다. 그러니 읽는 분들께서는 배꼽을 잘 간수하시길 바란다. 혹 배꼽이 달아날지도 모르니.

아이들의 눈썰매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통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질서와 차례를 배우게 되고 양보를 배우게 되며 무엇보다도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자연과 함께 할 때 인간은 인간 본연의 성품으로 돌아가지 않던가. 그러니 이렇게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겠는가. 굳이 읽고 싶다면 나중에 할 일이 없어 ‘방콕’ 할 때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나 읽어보시라(그러나 일단 책을 읽게 되면 책의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게 보지는 마시라).

 

 

임의진 지음

이레 펴냄

값 7,000원

 

고완수

석문중학교 교사

당진읍 읍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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