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이호천의 교사일기 10] 기성세대의 몫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이 되면 어린시절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친구들과 자주 찾곤 했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 곳에 전시된 비행기와 탱크 위에 올라가 사진촬영도 하고 넓은 잔디밭의 수많은 비석들 사이를 아무 생각 없이 걷곤 했었다. 이따금씩 소복차림의 여인이 묘 앞에 앉아 소리 없이 우는 모습도 기억에 생생하다.
또 행사를 앞둔 군악대원들의 나팔소리를 자주 듣곤 했었는데 왠지 곡조가 단조롭고 슬프다는 생각뿐, 그것이 돌아가신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진혼곡인지는 알지 못했었다.
이제 3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동작동 대신 대전출장 때마다 대전 현충원을 찾는다. 아버지의 비석 앞에 무릎꿇고 인사를 드리고 나면 그 넓은 대지를 가득채운 또 다른 영혼들을 본다.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이다. 그곳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 끝에 이 많은 주검들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한 듯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유는 국립묘지에 안장된 많은 영령들과 자유를 위한 희생자들의 덕분이었음을 분명히 가르치고 싶다.
과거의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반공교육은 사라지고 남북의 화합을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이지만 어떤 이유로 전쟁이 발발했고 또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어떻게 쟁취된 것인지를 아이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시켜 후손들에게 계속해서 대물림 될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나라와 민족이 어려울 때마다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행동했으며 어떻게 자신들을 내던져 이 나라와 이민족을 구할 수 있었는지를 우리의 아이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요즘처럼 폭력성향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부를 위해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기밀마저 외국에 팔아넘기는 매국적인 행위가 판을 치고,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국적도 쉽게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이때에 6월을 맞아 오늘의 우리를 있도록 한 수많은 영혼들에 대해 진실된 감사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할 줄 아는 성숙된 의식이 아이들 모두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기성세대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 skyhochun@hanmail.net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