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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19] 안타까운 이별과 30년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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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방학을 한지가 이주일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방학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교에서 보충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남은 많은 학생들은 스스로 계획한 대로 부족한 과목에 대한 학습을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여행이나 친지방문 혹은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우정을 쌓아가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찌되었건 이번 한달간의 방학이 모두에게 유용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시간은 참으로 평등한 것이어서 어린 학생들이나 나이 드신 어른들이나 모두에게 꼭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건만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가속이 붙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그것은 남아있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때문은 아닐른지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이번 방학 이주일간은 너무도 큰 일이 있었다. 먼저 사랑하는 나의 가족 한분을 잃은 슬픈 일이 있었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했었던 그분은 늘 말이 없으신 분이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25년의 세월동안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며 모든 분쟁의 씨앗은 말에서 나온다” 라며 말을 아끼시고 사셨던 분이셨다.

또 하나는 실로 32년 동안 한번도 만나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서울 동작구 본동 노량진 교회학교 같은 학년을 다녔던 친구들인데 20명 정도로 구성된 남녀 합반이었다. 당진으로 온다는 소식을 받고는 내심 반가우면서도 얼굴을 몰라볼까, 또 이름을 기억못하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이 있었는데 지난 23일 토요일 한진 바닷가 방파제 앞에서 서로의 이름을 확인해가며 함박웃음을 지었었다. 머리가 벗겨진 친구, 잔주름들이 몇 개씩들은 피어 중년임을 확인시켜주는 친구들, 동안의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 친구,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여친들... 모두 세월을 비껴 갈 수는 없었나보다. 식탁을 마주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는 물어볼 틈도 없이 그저 30여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 있었던 일들을 화제삼아 웃음꽃을 피웠다.

이제 며칠 후면 이차 보충학습기간으로 되돌아간다. 우리아이들에게 대학입시에 중요한 기초를 가르치는 일에도 충실해야겠고 또한 이 녀석들에게 평생을 살면서 중요한 친구의 이야기도 해주어야겠다. ‘친구를 사귀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어주는 것’ 의 중요성 말이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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