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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이나 지금이나 밥값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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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밥집

▲행운식당의 3천원짜리 백반 상차림. 열가지 이상의 밑반찬에 찌개까지 나온다.
◀일벌레인 부인 인명자씨와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박민순씨. 취향이 달라 이들 부부는 종종 다투지만 ‘개미처럼 열심히 사는 부부’로 알려져 있다.
당진재래시장엔 백반이 3천원인 식당이 있다. 이교에서 시장쪽으로 50여미터 전방에 위치한 ‘행운식당’이 그곳이다.
3천원짜리 밥을 파는 곳이 있다는 말 뒤엔 으레 이런 반응이 따라 붙는다. “요새 그런 곳이 어디 있어?”, “3천원짜리가 오죽하겠나”라고...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이곳에선 보통 밥 한공기에 열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오고 거기에 찌개까지 딸려나온다. 상차림 해놓은 것만 봐도 ‘이렇게 해서 남는 게 있을까’싶다. 반찬도 매일매일 다르다. 물론 가짓수가 많다고  좋은 식단은 아닐 터. 중요한 건 맛이다. 음식맛은 사람마다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니 이곳을 찾는 손님수로 그 평가를 대신해야겠다.
하루 평균 100여명이 행운식당의 음식을 먹는다. 장날엔 150여명, 심지어 200여명의 손님을 맞은 적도 있다. 계절 혹은 경기를 타서 특별히 장사가 더 잘되고 덜되는 경우도 없다. 일년 열두 달 꾸준히 평균 100여명이다.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이라는 반증이다.
“젓가락이 안가는 반찬이 없을 정도로 맛이 있네요. 손맛이란게 이런 것이구나 싶어요.”
자신들도 식당을 하는데 시장에 올 때 마다 꼭 행운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다는 김성호씨 부부(부자네 곱창 운영)의 말이다. 김씨부부는 “3천원에 이런 식단을 내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당진에 이런 식당이 있는 것 자체를 고마워 해야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행운식당의 주인장은 박민순(55)·인명자(50)씨 부부다. 6년 전부터 식당을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밥값은 3천원으로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일하는 사람도 박씨 부부 둘 뿐이다. 그동안 물가는 30% 이상 올랐을 것이다. 물가인상분만큼 밥을 더 팔아야 적자나지 않고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 자연히 고달파지는 것은 육신이다. 매일매일 반찬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인 인씨의 유별난 일욕심 때문에 한시도 일거리가 손을 떠나지 않는다.
배달을 담당한 남편 박씨는 2년 전 몸에 풍증이 와서 움직임이 좀 불편하다. 그래서 예전엔 당진읍내 어디든 배달을 갔는데 지금은 식당에서 가까운 곳만 가고 있다. 그런 속사정도 모르고 ‘행운식당이 돈벌어서 배달도 안 온다’는 말이 들릴 땐 답답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매일 100명의 손님을 치를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손님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한다.
“바쁠 땐 손님들이 알아서 반찬 차려다 드시고 빈그릇은 직접 갖다 주시고 어떤 분들은 설거지까지 해주시기도 해요. 호박이니 고추니 농사지은 것들 싸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구요. 이웃들, 손님들이 도와주시는 덕분에 둘이서 장사를 할 수 있는거죠.”
이들 부부는 2년전만 해도 명절만 빼고 365일 장사를 했다고 한다. 남편 박씨의 몸이 불편해지고부터 한달에 두번 정기휴일을 정해 놓았지만 일벌레인 부인 인씨는 오히려 쉬는날이 몸이 더 아프다고 한다.
“가장 좋을 때요? 당연히 일 끝내고 집에 들어가서 돈 셀 때죠. 잠자는 것보다 더 좋아요.”
이들 부부는 식당을 그만두기 전까지 3천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밥값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 싫다는 부인 인씨의 말 속엔 ‘많이 팔아 남기면 된다’는 자신감이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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