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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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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24] 청소는 또 하나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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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후 교실에 올라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삐뚤 빼뚤 한 책걸상 정돈과 교실 안에 널려져 있는 과자 봉지, 아무렇게나 버려진 휴지들을 쓸고 있으면 아이들이 한  두명씩 교실로 들어오면서 인사를 한다. 나의 모습을 보고 거들어 주겠거니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밀린 숙제며 아침영어 테스트 준비에 바쁘다. 속으로 부아가 나는 것을 참으면서 ‘쓰레기 버린 녀석들 따로, 청소하는 사람 따로, 세상 공평치 못하네!’하면 마지못해 청소 거드는 애들도 있고 그냥 자기공부에 열중하는 애들도 있다.
교사들 중에는 학생들에게 청소를 잘 지도하시는 분이 계시고 또 나처럼 교실에 아이들 없으면 그냥 교탁의자에 앉아 있기가 찜찜해서 쓰레받기와 비를 들고 직접 청소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도 청소지도가 안되니까 청소를 직접 하다보니 아이들이 보고 “선생님! 저기도 쓰레기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더라나!! 웃자고 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실제 있는 일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쓴 웃음 짓게 만드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에게도 청소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얼핏 귀동냥으로 큰 기업체에 입사한 사원에게 청소를 시켰더니 ‘내가 청소하려 이 회사에 입사했는가?’ 하면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지금처럼 환경미화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해에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해서 아이들이 다 등교한 7시40분~50분이 되면 주번을 시켜 청소를 하도록 지시한다. 1층 계단에서 3층 계단까지 청소시간이 제법 걸릴 법한데 지시한지 한 5분도 채 안되어서 교실로 들어오기에 청소한 상태를 확인 차 가보았다. 대충 보이는 곳만 청소했지 실제 구석구석 거미줄과 묵은 때는 그대로 있었다. 아이를 다시 불러 하나하나 지적한 후 청소를 다시하고 오라고 지시했다. 한 30분 후 그들은 땀을 흘리며 들어왔다. “어때. 청소하기 힘들지, 수고들 많았다. 그래도 뿌듯하지 않니. 너희들 덕에 아이들이 밝은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생활한다고 생각해 보거라.” 그 이후 주번을 마치는 오늘 토요일까지 그들의 청소에는 정성과 땀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언제부턴가 한달에 한번씩 청소용역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화장실청소를 시작했다. 처음 그분들을 보고 의아해하면서 ‘이래도 되나? 청소하는 일도 용역을 주다니! 학생들이 사용한 화장실을 학생 스스로 청소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당연한 일인데 무언가 잘못돼도 한 참 잘못 됐구나!!’ 씁쓸한 감정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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