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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27] 시험기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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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월1일 국군의 날. 어제부터 정기고사 시험이 시작되었다.
어제 시험감독을 하면서 아이들이 시험 치르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의 눈은 아이들을 향하고 있지만 생각은 옛날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기고사 준비를 위한 공부방이 따로 없었던 그 시절, 나는 사설 독서실을 이용하곤 했었는데 시험 준비 하느라 밤을 꼴딱 샌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새벽5시가 되어 독서실 문을 개방하면 책을 정리해 가방에 넣고 독서실 문을 나섰었다. 사방이 어둠으로 짙게 깔려있는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집에 도착해 세면을 하다보면 코피가 흘러 세수 대야의 물을 흥건히 적셔놓곤 했었다. 이 모습을 어린 마음에, 엄마가 좀 와서 봐 주었으면 하고 내심 바라기도 했었다. 한번은 시험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하도 피곤해서 저녁때부터 공부해야지 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결국 아침을 맞게 되었다. 시험공부도 못하고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학교로 갔다.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그날 시험은 완전 망친 것은 당연한 귀결. 그 이후로 나는 “깨어 있을 때 열심히 하자”라는 나만의 행동지침을 갖게 되었다.
오늘 아침은 교실에 앉아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안녕 하세요!” 눈을 마주치며 자신 있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진주야! 너 어제 공부 많이 했구나!”라는 물음에 “예!”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잠시 후 또 다른 여학생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교탁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못 본 척 하고 의자에 앉는다. 그 여학생 이름을 부른 후 “선생님한테 인사해야지!” 하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마지못해 “안녕 하세요” 한다. 이 녀석은 틀림없이 어제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한게다.
아침 조회시간이 되어 “너희들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선생님께 밝은 표정으로 ‘안녕하세요!’하면 ‘저 녀석은 어제 시험 준비를 철저히 했구나’ 그러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허둥대면서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펴고 공부하는 녀석들은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라 나는 판단 한다. 시험 때에도 철저히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언제 공부를 하려고 그러니! 열심히 준비하자! 그 결과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노력한 순간 너희들의 노고는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자” 우리 아이들이 공부 뿐 아니라 맡겨진 책임도 성실하게 완수하려 노력하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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