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풍경들은 모두 새롭다
강아지가 우리를 보고
반가워하는 가 했더니
하얀 눈송이를 쫓아다니는 것이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한 송이 두 송이 내리던 눈이
화구를 준비하는 사이
화실이 있는 우리 마을이
온통 하얀 세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눈은 그칠 것 같지가 않아
차로 떠날 수는 없는 상황이 벌어져
우리는 화실 근처
행정리 마을에서 작품을 하기로 했다.
두어 시간 후
눈발이 조금 수그러들어
작업준비를 하고나니
행정리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 속에 묻혀버려
우리는 무엇을 그려야 할지
잠시 머뭇머뭇,
각자의 자기 방 앞 마루에 앉아
최대한 사물이 보이는 것을 그리기로 했다.
앞집 뒤뜰 장독대,
화실의 쓰러져 가는 대문,
눈으로 덮인 풍경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 진다.
왠지,
올겨울엔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장애경·이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