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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우 안차이거’(Hanauer Anzeiger)를 통해 본 독일의 지역신문

280여년 역사의 신문기업 변화의 기로에 서다 김기연 기자l승인2005.12.19 00:00l(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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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터 슈라이더 편집국장이 하나우 안차이거를 방문한 취재진에게 신문의 전반적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에서 6번째로 오래된 신문, 인구 8만8천 도시에서 2만부 발행

●편집자주
지방자치와 지방언론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누구나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지방자치만 부르짖고 지역신문은 소외시켜왔다.
네덜란드를 거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취재단은 ‘하나우 안차이거’ 독일 지역신문으로 향했다.
지방언론이 지방자치를 어떻게 완성시키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직원 100여명에 윤전기까지 갖춰
여성·청소년 독자 확보위해 감각적인 편집시도

‘좌우 구분이 희미해진 시대,
우리가 추구하는 건 ‘자유주의’
그러나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큰 편집 철학이다’

 

 독일의 지방자치와 선진지역신문을 직접 보고 배운다는 취지로 기획된 해외기획취재. 방문단은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지역신문으로 알려진 ‘하나우 안차이거(Hanauer Anzeiger)'로 향했다.

세계에서 6번째로 오래된 신문
 독일 헤센州(주) 킨치히郡(군) 하나우市(시)에 있는 ‘하나우 안차이거’의 창간기념일은 1725년 9월 27일이다. 하나우시의 시민 8만8천명을 대상으로 매일 2만1천부를 발행한다.
 인구는 9만명이 되지 않는데 일간지를 발행한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독일의 사회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은 철저한 지방일간지 시장을 갖추고 있다. 독일에는 모두 375개의 일간신문이 약 2500만부를 발행하고 있는데 이중 360여개가 지방지로 전체 발행부수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일간지 중 348개가 10만 부 이하를 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역 일간신문의 배포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가독인구의 80%가 지방지를 읽고 있다고 한다.
 베를린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명준씨가 “독일사람들은 TV와 라디오는 포기할 수 있어도 신문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전할 정도였다.
 하나우 안차이거도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1725년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80년이라는 역사는 세계 신문 역사 속에 남을 기록이다.

자매지만 6개
 하나우 안차이거는 하나우 지역신문 이외에도 다양한 자매지를 발행하고 있다. 하나우 안차이거 신문에 인근 지역의 소식을 함께 실어 발행하는 자매지가 2개. 또한 우리의 생활정보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무가지도 한 달에 한번씩 발행한다.
 이와 같은 신문들은 자매지이면서 하나우 안차이거가 자본을 출연해 만든 자회사들이다.
 하나우 안차이거는 ‘RMC’와 'Pipeline'이라는 인터넷 광고업체에 지분 참여를 하고 있으며, 독일 유일의 통신사인 DPA통신사에도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DPA통신의 전국 기사들은 하나우 안차이거에 많이 실리고 있다.
 ‘지역신문진흥연합’이라는 독일의 90여개 유력 지방일간지들이 출자해 만든 지방일간지 진흥회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윤전기까지 갖춘 지방일간지
 하나우 안차이거의 근무인원은 100여명 가량이다. 직접 기사 작성을 하는 편집국 기자들은 지역부 기자 8명, 전국부 기자 3명, 스포츠부 기자 3명 등 모두 14명이다.
 하나우 안차이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윤전기였다. 발행부수가 2만1천부에 불과한데 윤전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 단위 지방일간지들도 갖추기 어려운 시설이 바로 윤전기다.
 이 윤전기를 가동하기 위해서 하나우 안차이거는 다양한 자매지를 발행하는 동시에 인쇄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방문단이 인쇄소를 방문했을 때도 10여명이 움직이며, 인쇄물 확인작업과 제작을 하고 있었다.

편집국은 시내에, 인쇄소는 시외에
 편집국이 있는 건물은 하나우 시내에 있었다. 신문사가 창간 이후 지은 인쇄소가 나폴레옹에 의해 파괴된 후 현재의 사옥은 1917년에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현재의 사옥이 하나우 시내에  위치하는 바람에 인쇄시설을 갖출 장소가 없어 부득이 인쇄소는 시외에 위치하게 됐다.
 사옥이 신축될 때 큰 역할을 한 인물이 토마스 바우어 현 발행인 겸 대표이사의 조부였다고 한다.
 디터 슈라이더 하나우 안차이거 편집국장은 조만간 편집국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사옥을 옮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변하고 조직도 변하면서 신문 제작 시스템은 변하고 있는데 지금 있는 사옥은 그 변화를 감당하기 적합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세금도 많이 내고 공간활용에 있어서도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신문제작시스템은 점차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신문사가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독일의 지역신문도 어려움은 ‘경영’
 튼튼해 보이는 하나우 안차이거지만 나름대로의 어려움도 있었다. 어느 신문이나 겪고 있을 ‘경영문제’다.
 슈라이더 편집국장은 2000년 이전에는 신문판매 수입이 20%, 광고 수입이 80%를 차지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 판매 수입이 40%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판매 수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광고 수입이 줄어들었다기 때문이다. 불황이 닥쳐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되자 자연히 광고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평균 광고단가가 낮아진 것도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거기에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이 매체의 증가다. 독일에서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며 광고가 인터넷쪽으로 빠지고 있다고 한다. 슈라이더씨는 중고차 판매, 구인구직 광고 등 기존의 하나우 안차이거가 독점적으로 해오던 분야를 점차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영여건 악화에 대한 대안으로 슈라이더씨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었다. 독자수를 늘리기 위해 여성과 청소년 등 특정독자층을 타겟으로 한 섹션판 발행, 과감한 편집 등이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비근한 예로 광고 편집에서는 지면 파괴가 시도된다고 한다. 한 지면에 하단 광고에 토스트기 광고가 나간다면 지면 상단에는 튀어오르는 빵을 집어넣는 등 혁신적인 편집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가족경영체제, 문제는 없는가?
 하나우 안차이거는 대대로 가족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토마스 바우어씨가 발행인 겸 대표이사를, 디터 슈라이더씨가 편집국장이 있다.
 슈라이더씨는 “발행인과 편집국을 맡고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발행인은 신문이 나온 다음에야 신문을 볼 수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광고와 연계되는 민감한 사안인 경우에는 편집국와 협의해 결정한다고 한다.

“좌파, 우파 모두에게 욕을 먹고 있다”
 하나우 안차이거의 편집철학은 전통을 유지하면서 비판적인 논조를 잃지 않는 것.
 하나우 안차이거에 입사하는 모든 기자들은 일단 독일 민주주의를 위배하지 않겠다는 헌법 준수 서약을 해야 한다. 고용계약서에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슈라이더씨는 “워낙 오래된 신문사이다 보니 전통 유지를 한다는 것이 신문사 철학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며 “전통을 유지하며 현대화 과정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동감이 없는 죽은 도시를 생동감이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슈라이더씨는 “편집국장으로서 주변의 이야기, 생활의 이야기들을 지면에 많이 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비판적인 논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좌파, 우파 구별이 희미해졌지요. 좌파의 우경화, 우파의 좌경화, 굳이 좌·우를 구별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정의하면 ‘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굳이 나눈다면 중도를 걷고 있다고 봐야죠.”
 그러다 보니 하나우시의 모든 정파가 하나우 안차이거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됐다고 한다.
 
비판적 시각 견지하는 것이 목표
 유럽이나 미국의 언론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밝힌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경우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언론이 사실과 의견을 철저히 구분해 기사를 작성하고 의견을 올리기 때문. 또한 신문사의 정치적 방향을 결정할 때는 편집국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이 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하나우 안차이거도 마찬가지다. 하나우 안차이거도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적 방향과 관련해 압박을 받지만 이 신문은 중도노선을 지키며 정치적인 색깔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
 대신 이 신문은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슈라이더씨는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큰 편집철학”이라며 “보도자료에 기대는 기사는 절대 싣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기연 기자  kykim@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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