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인물
  • 입력 2006.05.29 00:00
  • 호수 615

근육병’ 앓는 성준이의 5월 이야기 “얘들아, 나 잘 지내고 있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여덟살 성준이는 가끔 이런 꿈을 꾼다. 어렸을 적 장난을 치다가 선풍기 날개를 모두 부러뜨리고 엄마에게 야단맞을 일이 두려워 죽을힘 다해 도망 치는 꿈. 성준이는 성장기 때 흔히 꾸는 ‘도망가는 꿈’을 지금도 자주 꾼다.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성준이는 지금 달릴 수 없는 몸이기 때문이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수축되어가는 근육병을 앓고 있는 박성준(송악면 영천리)군은 지금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어렵다. 간신히 걸을 수는 있으나 자유롭지가 못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턱을 만나면 넘다가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하반신을 지탱해주는 근육에 힘이 없기 때문이다. 호서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성준이는 3학년에 올라오면서 휴학을 했다. 매일 서울에 있는 침술원을 오가며 봉침을 맞고 기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원인을 알 수 없기에 약도 없는 병이 바로 근육병 이기 때문에 민간요법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성준이가 하루에 시술받는 봉침은 많을땐 150방이 넘는다고 한다. 한방만 쏘여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픈데 수많은 벌들에게 온몸을 통째로 내어준다. 오로지 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성준이가 근육병 진단을 받은 건 중학교 1학년때였다. 초등학교 2학년때 이미 근육이 뭉쳐 한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여겼었다. 그러다가 6학년때 갑자기 힘이 빠져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기에 이르렀다. 서너살 때 보통 증상이 나타나 열두살 무렵이면 걸을 수 없게 된다는 근육병이지만 성준이의 경우 불행중 다행으로 진행속도가 좀 더딘 것이 성준이와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남편 박용현씨와 함께 목장일을 하는 성준이 엄마 임은실씨는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물음에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태어날적의 우량아 모습이 아직도 또렷한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성준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게 가장 고통이라고. 하지만 성준이네 가족은 늘 웃음꽃이 핀다. 성준이가 워낙 낙천적인 성격인데다 농담도 곧잘하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그런 성준이를 보면 매일같이 서울을 오가는 고달픔을 잊는다.
성준이에게 5월은 그리움의 달이다. 친구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소풍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던 자신을 ‘혼내면서’ 데려가주신 선생님, 놀이공원의 자유이용권을 끊고도 자신과 함께 바라보기만 했던 속깊은 친구, 업고 다니기 힘들어 죽겠으니 밥 많이 먹지 말라고 핀잔을 주곤했지만 가장 마음 편했던 친구, 그렇게 장애를 기꺼이 함께 겪고 도와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고맙고 그립다.
“녀석들, 얼마나 바쁘다고 전화 한통 안해요. 그래도 인사말 전하고 싶은 친구들이 50명도 더 되는데 어떡하죠? 아무튼 이 말은 꼭 하고 싶어요. 얘들아!! 나랑 함께 대학 가자.”
휴학중인 자신과 함께 대학에 가자는 말은 친구들 모두 재수 하라는 악담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