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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같은 시어머니, 딸같은 며느리

두 여자가 알콩달콩 사는 내력 김태숙l승인2006.07.17 00:00l(6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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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어머니에게 올린 그윽한 사랑의 편지로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백미영씨, 시어머니와 알콩달콩 시할머니 제사음식을 마련하고 있다.  
 

 당진읍 채운리 백미영(44)씨네를 찾았다. 백씨는 얼마전 당진군이 건전가정 육성을 위한 공모사업의 하나로 시행한 ‘사랑의 편지쓰기 공모전’에서 금상인 다정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그윽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 대상은 다름아닌 시어머니.
 마침 7월1일부터 7월7일까지가 정부가 정한 열한번째 여성주간이기도 해서 두 여성의 이야기, 그것도 친엄마 친딸처럼 알콩달콩 사는 아름다운 고부(姑婦)의 사연에 마음이 끌렸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해 이 고부의 사연이 마음을 잡아끈 이유는 전통적으로 고부간의 관계가 적대적인 것으로 그려져 왔기 때문이다. 여성에 관한 한, 가장 오래되고 고질적인 편견인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속단은 대중매체를 통해 거듭 확인되고 굳어져왔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숙명적인 앙숙관계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방황하고 표류하는 아들... 게다가 ‘일찍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와  외아들인 남편’이라는 설정이 가미되면 드라마는 일일이 보지 않아도 스토리가 훤히 꿰일 만큼 집요하게 갈등관계를 유지해나간다.
 그런데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올리는 사랑의 편지라... 장마에, 삭막해서 버거운 세상살이에 무겁게 짓눌렸던 마음이 얼마간 느슨하게 풀어진다. 그집 계단을 올라갈 즈음에는 어느새 다정한 이웃집에 마실가는 기분이다.
 마침 백씨는 시할머니의 제사를 위해 학교를 조퇴하고 시어머니와 함께 음식준비에 비빴다. 백씨는 합덕여중 사회과 교사로 재직중이다.
 “저희 어머님요?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을 베풀고 또 한없이 기다리시는 분이죠.”
 바쁜 아침 출근길에 식사라도 거를라치면 현관까지 따라와 과일 한쪽이라도 며느리 입에 넣어주셔야 안심을 하고, 미처 빨지 못한 며느리 속옷까지 다 챙겨 빨아주는 살가운 시어머니. “감기 걸렸을 때 무우, 도라지, 파뿌리를 사다가 정성껏 다려주실 때에는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그뿐 아니다. 남편과 뜻이 안맞아 티격거리면 아들이 잘못한 거라고 늘 며느리편이 되어 힘을 넣어주신다. 이렇게 백씨에게 시어머니는 또한분의 친정엄마같은 존재다. 
 그리고 백씨는 오래오래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어머니가 정말이지 고맙다. 결혼 후 8년동안이나 아이가 없어 오히려 자신이 방황하는 동안에도 시어머니는 행여라도 며느리가 맘상할까봐 아이소리 한마디 없으신 채 기다려 주셨다. 늦게 결혼한 손아래 시누이가 먼저 임신했을 때에는 며느리 앞에서 딸과 통화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신 어머니였다. 입덧이 심한 며느리를 위해 날이면 날마다 찹쌀떡을 사다주셨던 어머니. 그런 정성을 다한 뒤였지만 외아들이 딸 둘을 낳은 것에 대해서도, 그 어떤 일에 대해서도 어머니는 탓을 하거나 서운해 하는 법이 없으셨다.
 며느리 백씨는 자신의 직장생활로 허약한 시어머니가 아이들 돌보느라 잘 쉬지 못하는 게 늘 죄송스럽고 안쓰럽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베푸는 만큼 해드리지 못해 늘 송구스럽다.
 하지만 이심전심일까. 시어머니 우명순(69)씨의 말은 또 반대다.
 “며느리가 저한테 참 잘해요. 피곤할 텐데도 퇴근하면 꼭 제방에 와서 하루종일 있었던 일 죄다 애기해주고, TV도 같이 보고, 그러다 어떤 날에는 제옆에서 그냥 잠들기도 해요. 꼭 딸같지요”
 시어머니 친구분들 놀러오셨을 때 간식거리 떨어져 민망하지 않도록 늘 신경써서 챙겨놓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는 고맙기만 하다.  
 시어머니는 또 피곤한 며느리가 안스러워서 퇴근 전까지 그릇 하나라도 더 닦아놓으려고 애쓰신다. 용돈을 아꼈다가 가끔은 며느리 외식도 시켜주신단다.
 오늘이 시할머니 기일이라는데 혹시 시어머니의 시어머니도 며느리에게 자상했을까.
 “맞아요. 저의 시어머니 참 자상한 분이셨어요. 큰 소리 한번 내는 일 없었고 얼마나 정이 많으셨던지 큰아들인 저희 내외가 다른 지역으로 전근갔을 적엔 저희 집에 찾아왔다 가시면서 목놓아 우셨던 분이에요.” 시어머니 우명순 여사는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지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자상한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이 집안 내력인가 봐요.” 며느리 백씨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남편을 세상에서 제일가는 남자로 알고사셨던 어머니가 4년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더 야위어가는 것 같아 염려하는 며느리. 며느리가 쓴 편지를 받고 더 잘해야 할텐데 그럴 수 있을지 더 조심하는 시어머니. 가까울수록 더욱 삼가고 더욱 알뜰하게 가꾸는 관계의 미덕이 이 두 여성 사이에 살아있었다.
 그리 특별하지는 않지만 한 인격과 한 인격으로서, 부족한 것을 채우고 넘치는 것을 나누며 관계를 잘 맺어가는 두 여자의 이야기. 소박한 상금을 며느리가 내밀자 도로 며느리에게 돌려준 시어머니. 그리하여 결국은 두사람이 꼭 반반씩 나눠가지게 된 작은 사연.
 아침식사준비는 며느리가, 저녁식사 준비는 시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상처럼 이집 두 여자의 모든 사연이 서로에 대한 배려였고 사랑이었다.


김태숙  tskim@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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