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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지역농업의 위기와 대안적 농업의 미래3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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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기농의 생생한 현장을 가다
농업의 위기, 유기농의 희망

▲ 유기농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라인스와일러 마을 전경. 마을 주변은 온통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편집자주 -  농업이 위기라고 한다. 농업이 과도기를 맞고 있다고도 한다. 농업의 위기는 과연 무엇이며 농업의 위기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하기 위해 이번 기획기사를 게재한다.
 세번째 순서로 유기농 선진국 독일의 유기농 단체와 유기농 주말농원, 포도농장, 그리고 체코와 이탈리아의 전반적인 유기농 문화를 소개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농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농업은 그러나 그 중요성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업이 위기라고 흔히 말한다. 그리고 위기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그중 가장 흔히들 말하는 대안은 유기농이다. 그러나 유기농을 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는 않아보인다.
 유기농(organic)은 2002년 유엔 국제기구 중의 하나인 세계농업기구(FAO) 보고서 이후로 세상에서 가장 관심 받는 산업 중의 하나가 되었다.
 국제유기농업연맹(IFOAM)이 제공한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유기농법으로 경작하는 농경지가 가장 넓은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였으며, 2위는 아르헨티나, 3위는 이탈리아, 한국은 56위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경작지 대비 유기농 경작지 비율은 1위가 리히텐쉬타인으로 전체 농경지의 26.40%를 유기농업으로 경작하고 있으며, 2위는 오스트리아 12.90%, 3위는 스위스로 10.27%를 경작하고 있다. 다음으로 핀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그리스, 덴마크가 뒤를 잇고 있으며 한국은 1.03%로 33위를 기록하고 있다.
 흔히들 유기농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유럽의 유기농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우리의 농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는 것도 ‘농업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취재팀은 유럽 유기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독일, 이태리, 체코에서 유기농과 관련된 재단과 협회, 농장 등을 방문했다.

신뢰는 엄격한 기준에서 나온다데메터(Demeter)협회 

독일의 유기농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따로 유기농 규정을 두지 않고 유기농 연구와 홍보에 대한 지원을 맡고 있다.
 세계유기농운동연맹이 발간하는 좥세계 유기농좦에 따르면 독일은 2005년 현재 전체 농업면적의 4.3%인 73만4027㏊에서 유기농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토 비율로는 세계 13위, 시장 규모는 세계 2위다.
 독일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유기농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민간단체가 크게 활성화되어 있다. 유기농 제품의 생산기준, 검사, 인증에 이르기까지 모두 민간이 맡아서 하고 있으며, 독일유기농업협회를 중심으로 10개에 이르는 독일 유기농업생산자 단체가 있다.
 이 민간단체들은 유럽 각국에 적용되는 EU규정보다 더욱 엄격한 인증과 검사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생산자협회들의 기준은 국제유기농운동연맹(IFOAM)의 바탕이 됐으며 지난 91년 제정된 EU 규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생산자 단체는 농민과 가공업체가 유기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에 붙일 수 있는 고유의 품질인증마크를 가지고 있는데 데메터(Demeter), 비올란트(Bioland), 나투르란트(Naturland)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데메터(Demeter) 규정은 EU 또는 다른 유기농단체 규정보다 더욱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데메터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협회로서 1924년도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에 의해 설립되었다.
 데메터(Demeter)협회는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데메터(Demeter)협회의 생산자 교육 담당자인 군터 비스(Gunther Weiss)씨는 독일 유기농 농가의 3분의 2가 생산자협회에 가입해 관리를 받고 있으며 특히 데메터는 독일에서는 2~3번째 규모의 단체이지만 전세계적으로는 가장 큰 유기농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 협회는 독일에서 약 1400개의 유기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6만㏊ 정도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협회가 결성돼 있다. 세계적으로 18개 협회가 있으며 브라질, 노르웨이, 이탈리아, 이집트, 미국 등 40여 개국에서 3500여 생산자들이 데메터 농법과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농가는 물론이고 가공업체와 유통업체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데메터에 가입되어 있는 농가에서는 일반 유기농가와는 달리 다이나믹(Dynamic)농법을 시행해야 한다. 다이나믹 농법은 데메터만의 독특한 농법으로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여러 종류의 잎을 말려 소 창자에 넣은 다음 땅 속에 6개월 정도를 묻어둔다. 그 후 소의 배설물과 함께 토양에 섞는데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소 뿔에 배설물을 넣고 6개월 동안 땅 속에 묻어두었다 꺼내서 그 가루를 물에 타서 쓰기도 하고, 배설물 대신 크리스탈을 소 뿔에 넣어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농법은 지력을 증진시키고 땅에 있는 칼슘 성분이 작물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특히 크리스탈을 갈아넣는 방법은 시금치에 들어있는 나쁜 물질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군터 비스씨는 이 다이나믹 농법을 스위스에서 20년 동안 실험해 본 결과, 이로운 미생물들이 일반 농장은 물론 다른 유기농 농장보다 많았으며 수확 또한 많았다고 말한다.
 다이나믹 농법은 데메터를 세운 루돌프 슈타이너가 처음으로 사용한 방법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잡지에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데메터의 유기농 규정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충분하다. 데메터 협회에 가입하는 농가는 농장 전체를 dynamic 농법으로 바꿔야만 하고, 회원자격을 유지하려면 1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데메터의 유기농법 규정은 화학 비료,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거름과 씨앗, 가축의 먹이나 치료행위, 청소 등 세밀한 부분까지도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데메터는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강조한다. 가축의 배설물로 땅을 비옥하게 하고 생산한 곡식과 목초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자는 것이다.
 군터 비스씨는 사료도 100% 유기사료만 사용하며, 허용하는 식품첨가물은 유럽 규정에서 허용하고 있는 첨가물 중에서도 10%인 40여 가지만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우유를 짠 이후에도 살균하지 못하게 하고 밀가루에 비타민C를 첨가하는 것도 금지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 때문에 일반농가가 데메터 인증을 받으려면 최소 3년이 필요하다. 토양이나 농작물이 유기농으로 바뀌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스 씨는 “데메터 기준을 따르는 농장이 면적 기준으로 매년 15% 정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데메터에 속한 유기농장들은 엄격한 기준 때문에 남들보다 까다롭게 일할 수밖에 없지만 데메터의 상품은 일반 유기농산품보다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데메터는 자신들의 상품을 싸게 팔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정해진 장소에서만 판매하게 함으로써 농가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비스씨는 유기농에 대한 인식을 각인시키고 데메터의 엄격한 기준에 대해 홍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한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농사에 필요한 기준과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자와 소비자들에게는 데메터의 제품이 어떤 규정에 의하여 어떤 방법으로 생산되었으며 어떻게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비스씨는 데메터에 소속된 농장과 관련 회사들이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유기농산물 시장이 더욱 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유기농을 한다는 것이 일반 농업에 비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유기농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오랜 유기농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답게,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직업적인 농사에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일명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이라고 불리고 있는 주말농원 또한 철저한 유기농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도시 근교에 주말농원이 자리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모든 면에서 미흡한 단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140여년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철저하게 유기농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독일에서 클라인가르텐은 농사를 접해보기 어려운 도시민들에게는 자연과 마주하는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아이들에게는 교육적 효과가 뛰어난 놀이터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클라인가르텐은 도시의 환경을 자연친화적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녹색식물에 의한 산소공급, 해로운 가스와 먼지의 흡착, 습도 유지 등 도시의 자연정화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도 한다.

 칼스루에(Karlsruhe)시는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클라인가르텐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도시이다. 현재 약 7800여개의 클라인가르텐이 관리되고 있다. 칼스루에 시에 있는 클라인가르텐의 면적은 233만8097㎥이며 모두 국유지이다. 시(市)나 주(州)는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인 지역 협회에 용지를 전적으로 정원용으로만 이용한다는 조건으로 임대해 주고, 지역협회가 이를 다시 소속 단위협회와 소속된 개인 회원들에게 재임대해 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협회는 시유지의 임대인으로서 개개 회원들에게 전문적인 기술지도와 회원들을 보살펴줄 의무가 있으며 단지 내의 행정적인 관리와 감독을 맡는다.
 이곳 클라인가르텐의 운영위원장이자 협회장을 맡고 있는 알프레드 뤼틴(Alfred Luthin)씨로부터 클라인가르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독일은 각 도시마다 여러 클라인가르텐 클럽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클럽들은 각각의 주말농원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며 협회의 회원총회에서 모든 정책결정을 한다고 한다. 
 개개인이 주말농원을 빌리기 위해서는 평균 300㎡에 토지임대료, 회비, 전기·물 사용료, 보험료를 합해 연간 350유로 정도가 든다고 한다. 월 30유로가 채 되지 않는 부담없는 가격으로 누구나 쉽게 클라인가르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땅을 임대한 후에 집을 사는 것은 별도의 몫이다. 집은 일하는 동안 잠깐 쉴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조립식 주택인데 이 곳에서는 집 짓는 면적을 제한해 놓음으로서 클라인가르텐 본연의 목적을 훼손할 수 없도록 하였다.
  작은 집이라도 투기 목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뤼틴씨는 협회에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클라인가르텐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나라의 채소들을 구경할 수가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중국, 한국 사람도 이 곳에서 터를 가꾸고 있다. 가을이면 배추를 심어서 김장을 담그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농원 안에서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심고 가꾸고 꾸며놓을 수는 없다. 임대한 땅을 사용하는 데에도 유기농 강국답게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된다.
 여기서는 임대한 땅의 1/3은 집을 짓고, 1/3은 채소를 심어야 하며, 1/3은 아이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
 농작물을 심을 때도 유기농 원칙을 고수한다. 농약 살포를 자제하고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퇴치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시멘트로 땅을 덮을 수 없게 하여 빗물이 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으며, 큰 나무를 심지 못하도록 규제하여 다른 임대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방지했다.
 클라인가르텐을 임대한 사람들은 자연을 생각한 규제 아닌 규제의 큰 틀 안에서 자신만의 아늑한 정원을 가꾸어 나간다.
 뤼틴씨는 클라인가르텐이 활성화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체계화된 조직과 국가의 지원, 그리고 유기농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적인 운영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클라인가르텐 운동에 대해 강의한 바가 있는 뤼틴씨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지켜냄으로써 우리는 더 큰 자연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스와일러(Leinsweiler)는 유기농 와인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독일 포도생산의 주산지에 있는 마을로 프랑스 국경부터 70km에 달하는 ‘와인길’에 걸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 곳은 날씨가 온화하고 강우량이 700mm 정도로 포도 생산의 최적지로서 한 가지 작목만으로 집단화가 이루어진 마을이다. 이 마을은 대부분 가족 노동으로 포도밭을 관리하고 있으며 수확시기에는 인건비가 저렴한 인근 국가의 노동력을 사용한다.
 라인스와일러 마을에는 100농가 정도가 살고 있으며 이 마을 주민은 430여 명이 된다고 한다.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대부분 가공공장을 직접 운영하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43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연간 찾아오는 관광객 수는 놀랍게도 5만~6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 관광객은 모두 이 마을에서 생산된 포도주를 구매하기 위해 온 고객들이라고 하니 이 마을 포도주의 유명세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라인스와일러 마을에서 대대로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는 스튜빙어(stubinger) 농가는 포도 12㏊와 사과 2㏊를 경작하고 있으며 민박업도 함께 겸하고 있는 라인스와일러 마을의 전형적인 농가이다.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유명한 것은 포도생산에 적당한 기후와 산지에서 직접 생산해내는 좋은 품질의 포도로 만들어 맛이 좋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포도로 만든다는 고객의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예전에는 포도밭에 벌이 오지 못하도록 약을 많이 뿌렸다고 한다. 봄이 되면 벌이 포도잎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깬 애벌레가 포도농사를 망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기농 포도를 생산해 내고 소비자들에게 더욱 좋은 와인을 판매하기 위해서 모든 농가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페로몬 냄새를 이용하여 벌이 포도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포도를 딸 때는 포도농사를 위해 제작된 관리기계로 수확을 하는데 이 기계는 나무를 흔들어 알맹이를 떨어내고 포도잎을 제거한 후 박스에 담는 과정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콤바인이 벼를 베고 탈곡해서 자루에 담는 과정을 한꺼번에 해내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농가 부담이 크고, 일부 경사가 심한 포도밭의 경우는 작업이 불가능한 단점도 있다.
 스튜빙어 농가는 연간 12만리터의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가 발효되어 알콜이 생기기 시작하면 3~4일 안에 술이 되어버리는데 와인의 맛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알콜이 생기기 시작할 때 냉장상태로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스튜빙어씨는 3~4일 걸리던 공정을 2주 정도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와인은 연간 8~9만 병이 팔린다고 한다. 이 중 60%는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서 사가고 나머지 40%는 독일 전역에 주문판매를 하는데 스튜빙어 농가가 모두 직접 배달해 준다. 이 마을에서 200㎞ 안에 있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 마을을 직접 찾아와 와인을 구입해 간다고 한다. 이 곳에서 팔리는 와인의 대부분은 도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마시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다.
 해마다 4~5월이 되면 ‘와인길’에 있는 마을들은 자신들의 와인을 홍보하기 시작하고 이르면 8월 말부터 포도수확을 시작한다. ‘와인길’을 따라 축제가 이어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축제에 참여하는 수만 명의 인파는 모두 여기서 생산되는 와인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주요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와인의 맛에 반하기도 하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포도농가를 믿기 때문에 다시 이 마을을 찾는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포도 뿐만이 아니다. 독일에서 유기농 제품이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으며 시장을 넓혀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자부심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낸 유기농가의 노력과 이러한 농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와 관련조직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에 라인스와일러의 와인이 있다면 체코에는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만한 맥주가 있다. 물론 독일도 맥주로 잘 알려진 나라지만 체코 국민의 맥주 사랑은 남다르다. 1인당 맥주소비량 세계 1위, 세계 최초의 맥주 박물관, 맥주 공장 종업원이 대통령이 된 나라 등 체코에 붙는 맥주에 관한 수식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체코인들의 식생활은 맥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코는 음식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어 유럽 어느 나라 못지않게 다양한 음식을 자랑하고 있는데, 맥주와 함께 할 수 있는 음식으로 최근 체코인들은 유기농 야채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채식주의자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유기농 선진국인 유럽의 한 나라답게 유기농의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화의 나라로 유명한 이탈리아 또한 독일과 같이 와인으로 유명하다. 독일에서 이탈리아행 열차를 타고 가다보면 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과 만나게 된다. 이 유기농 포도로 만든 와인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기농 먹거리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는 EU내에서 프랑스에 이은 제2의 농업생산국으로서 채소나 과일 재배에 매우 유리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어 양질의 싱싱한 과일을 생산해 내며 수출도 많이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특히 포도주와 올리브가 유명하며 북부지방은 우리나라 농촌과 마찬가지로 벼를 재배하는 곳이 많다.
 이탈리아 식탁은 풍성하기로 유명하다. 하루 다섯끼를 먹는다는 이탈리아에서는 유기농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나 유기농 음식만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많다. 그만큼 유기농산물이 생활 깊숙이까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1986년에 시작된 ‘슬로우푸드(slowfood) 운동’은 이탈리아 식단의 유기농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 옆에 미국의 맥도널드가 진출하자 자국의 음식문화를 지켜나가고 패스트푸드가 가져올 맛의 획일화를 반대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슬로우푸드 운동’이다. 이 운동은 전통방식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해 조리하기 때문에 영양소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획일화된 맛을 거부하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슬로우푸드로 유명한 마을 브라(Bra)에서는 2년에 한 번 ‘치즈 축제’가 열리는데 유기농을 홍보하는데도 한 몫 한다고 한다.
 브라 마을이 슬로우푸드로 유명하다면 그레베 시는 ‘느리게 살기 운동(slow movement)’으로 유명하다.
 ‘느리게 살기 운동’의 첫걸음은 식생활의 변화에서부터이다. 유기농 혹은 저농약 야채,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식품재료, 그 지역의 농산물을 먹으며 패스트푸드를 멀리하자는 운동이 슬로우푸드 운동이며, 이것이 개개인의 생활 전반에 확대되어 잘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자는 ‘웰빙’문화가 생겨났다. ‘웰빙’ 문화는 개인의 개념에서 공동체 문화로 확대되면서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좋은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슬로우시티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단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기농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먹거리를 바꿔놓았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방식 까지도 바꿔놓고 있다.
이필용 객원기자 | 사진 원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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