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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7.01.01 00:00
  • 호수 643

상록문화제 주관단체 변경 논란 - 문화행정에 드리워진 권위주의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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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민간행사의 주관단체 바꿀 권한 있는가”

독재정권 시절 주민 통치하던 버릇 여전

편집자 주 -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위원장 민종기)는 지난 15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상록문화제의 행사명칭과 주관단체를 변경하는 안에 대해 심의한 끝에 주관단체를 당진문화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변경이유에 대해 당진군과 문화예술창달위원회는 야시장 연상, 먹고 마시는 축제로의l 변질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 측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진군의 산하 위원회인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가 민간단체의 이름이나 주관단체를 무슨 권한으로 바꾸냐는 것.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진군과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의 의견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을 정리 분석했다.

행정기관이 민간행사의 주관단체를 바꾼다?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위원장 민종기)는 지난 15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상록문화제의 행사명칭과 주관단체를 변경하는 안에 대해 심의한 끝에 명칭은 그대로 두고 주관단체만 현 상록문화제 집행위원회에서 당진문화원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행사명칭과 주관단체 변경의 이유에 대한 논란은 뒤로한다고 해도 우선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가 무슨 권한으로 민간 문화행사의 명칭을 마음대로 바꾸느냐 하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지난 1995년 제정돼 2002년 개정된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조례’의 제1조 목적에 따르면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는 “당진군문화예술창달에 관한 중요시책에 관하여 군수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구성됐다. 즉, 군 산하 위원회로서 군수의 자문기구이지 의결기구가 아니다.
따라서 민간 문화행사의 명칭변경이나 주관단체의 변경을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당진군도 마찬가지다.
당진군이 군 주도 행사나 민간이나 기업 등에 위탁한 행사의 경우 바꾸거나 없앨 수 있는 권한이 있을지 몰라도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의 명칭이나 주관단체를 바꿀 권한은 없다.
쉽게 예를 들어 정부가 산하 공기업인 토지공사나 도로공사, 주택공사의 이름을 바꾸거나 사장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은 있어도 ‘현대’나 ‘삼성’ 같은 기업의 이름이나 사장을 바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연식 당진군 문화관광과장은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조례 제3조 기능에 향토문화 예술창달과 발전에 관한 사항, 당진군문화예술창달 및 행사에 관한 중요시책 사항, 문화예술과 관련된 행사 보조사업의 운영사항 등의 내용이 있다”며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논리는 법률에 기업발전에 관한 사항 등의 규정을 두면 ‘현대’나 ‘삼성’의 이름이나 사장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조상연 당진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처음 보도를 접하고 기사를 잘못 쓴 줄 알았다”며 “행사명칭과 주관단체의 변경이유는 논외로 하더라도 어떻게 자치단체가 민간행사의 명칭과 주관단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해당 공무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관이 민간단체 맘대로 휘두르는 것 병영국가나 가능
상록문화제는 기지시줄다리기와 함께 당진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이다.
따라서 어느 단체, 개인이든 행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당진군도 예외가 아니다. 더욱이 전체 1억5500만원(2006년도 기준)의 예산 중 4000만원을 부담하고 각종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당진군의 의견은 좀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당진군이 민간행사의 명칭이나 주관단체를 바꾸라고 ‘결정’할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당진군이 상록문화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어 바로잡아야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앞서 이유로 든 ‘야시장을 연상케 하거나 놀고 먹는 축제로 변질되고 있으니 시정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을 경우 합당한 이유를 들어 보조금을 삭감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당진군이 민간행사에 대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 이상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직도 현 사회를 과거의 병영국가로 생각하고 있는 것밖에 안 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었고 민간단체나 사기업, 개인을 통치와 동원의 대상으로 여겼다.
아직도 당진군에 권위주의의 잔재가 숨을 쉬고 있는 셈이다.
이인수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 기획위원장은 “당진군이 사업내용에 대해 충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남의 단체 이름을 바꿔라, 문화원으로 넘겨라 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보조금 4천만원을 주고 행사전체를 휘두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야시장 단속권한 있는 당진군이 책임전가”
당진군이 행사명칭과 주관단체의 변경 이유로 든 ‘야시장을 연상케 하거나 놀고 먹는 축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는 반론을 펴고 있다.
지역축제실무위원회나 문화예술창달위원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든 야시장 문제에 대해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는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준섭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과거 당진군과 경찰에 야시장을 단속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전혀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할 수 없이 야시장 측에 사행성, 도박성 상행위를 하지 말 것과 소음·영업시간 을 제한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연식 당진군 문화관광과장은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로부터 야시장을 단속해 달라는 공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관광과장을 맡기 이전에 대해서는 “그 전 사항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진군은 과거 상록문화제 행사를 앞두고 ‘야시장을 철저히 막겠다’고 초강경 입장을 보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정작 문화제 기간에 들어온 외지 야시장의 영업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해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본보 2000년 10월9일자, 2001년 10월22일자)

대중성에 걸 맞는 정체성 확보노력 향후 과제
지난해 11월 당진군은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상록문화제의 정체성 모호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당진군은 이번 당진군문화예술창달위원회에서 비록 부결되긴 했으나 행사의 명칭을 ‘당나루종합축제’나 ‘당진종합문화예술축제’로 변경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한편으로는 정체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체성을 완전히 버린 채 특성이 없는 종합 문화예술축제로 변경하자고 주장한 셈이다.
상록문화제가 처음 개최될 당시에는 심훈의 상록수 정신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집행위원회의 입장이다. 소설 ‘상록수’의 일부 내용만을 발췌, 각색하고 윤색해 대중에게 전달했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의 행사는 그러한 한계를 조금씩 뛰어넘어 심훈의 상록수 정신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체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과연 대중성에 비해 심훈 상록수의 재발견과 현대적 해석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려 얼마나 노력했는가 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주민들의 화합을 유도하는 ‘주민화합축제’ 성격와 심훈정신을 되새기는 ‘문화예술제’ 성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올해로 30회 째를 맞는 상록문화제의 여전한 과제인 셈이다.


 상록문화제집행위원회 전직 위원장 반응

“민간행사 예속시키면 더 큰 문제 발생”

황규호 24·25집행위원장

상록문화제의 주관단체를 변경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진군이 민간 문화행사를 예속시키려고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상록문화제는 민간에서 주도해 만들었지, 관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당진군은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주관단체를 바꾸라고 할 권한이 없다. 그런 발상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군민의 계도의 대상으로 여겨”

안승환 20~23회 집행위원장

당진군이 문제를 제기하는 야시장의 경우 양면성이 있는 만큼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문제다. 주관단체를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아직도 군민을 계도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 만큼 당진군에 문화마인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상태라면 앞으로 당진군이 시가 될지 몰라도 희망이 없다.


“법에 대해 무지한 비상식적인 일”

이홍근 18·19회 집행위원장

상록문화제라는 명칭은 문화진흥법에 의해 승인을 받은 것이다. 당진군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문화예술창달위원회를 통해 입맛에 맞는 단체에 행사를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에 의해 문화제로 승인을 받아 문화진흥법에 의해 지원받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법에 대해 무지한 비상식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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