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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89] 어려움속에도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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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해서 이메일을 열어보니 ‘10년 전 서울대입학생의 생활수기’가 눈에 들어왔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주인공이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하자 칠판지우기와 물걸레질 등의 허드렛일을 마친 후 하얗게 분필가루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 강의를 들었다는 얘기,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저는 장애가 있었지만 움츠리지 않고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얘기다.
어느 날 그는 필요한 책을 사기위해 시장에 갔다가 질척대는 시장바닥 좌판에 앉아 생선을 파시는 어머니가 김치하나로 차가운 밥을 드시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선다. 주인공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치며 밤새워 공부해 드디어 원하는 서울대학에 입학한다. 합격통지서를 들고 제일 먼저 좌판에 앉아 찬밥을 드시는 어머니의 등을 꼭 껴 안고 합격소식을 알리자 어머니는 드시던 밥을 삼키지 못 한 채 눈물을 흘리며 단골손님들에게 함지박에 있던 생선들을 돈도 받지 않고 내주셨다고 한다. 그의 형은 청과물상에서 리어카로 과일상자를 나르는 중증 장애를 겪고 있고 말 한마디를 하려면 얼굴전체가 뒤틀려 무서울 정도였다. 그 형이 동생의 합격 소식을 듣고 동생을 리어카에 태운 뒤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입혀주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동생을 자랑하며 시장을 돌아다녔는데 그때 시퍼렇게 얼어붙은 형의 얼굴에서 기쁨의 눈물을 보았다고 한다.
주인공에게 남은 일은 풀꽃과 함께 누워계신 아버지를 용서하고, 지루한 어둠속에서도 꽃등처럼 환히 자신을 깨워준 엄마와 형에게 사랑을 되갚는 일이었다.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대비가 훨씬 극명해졌다. 과거에는 가정이 어려운 집안에서 열심히 노력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력신장이 투자와 비례하는 것이 상식이며 우등생들이 이러한 가정에서 나오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많은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도 이 글을 통해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교육정책 담당자들도 빈곤한 가정들의 자녀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공교육의 충실화를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공교육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훌륭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가난과 더불어 희망도 없다면 우리나라를 제대로 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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