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사회
  • 입력 2007.04.30 00:00
  • 호수 660

●제117주년 노동자의 날 기획:비정규직 노조 탐방-청소아줌마에서 당당한 여성노동자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진화력 용역노조, 비정규직의 굴레와 질긴 싸움, 열악한 근로조건·비인격적 대우에 단결로 맞서

▲ 화창한 봄날, 화단에서 포츠 취한 당진화력 환경노조원들. 앞줄 가운데서 오른쪽으로 두번째가 송인순 노조위원장이다.

편집자 주
1886년 5월1일. 미국의 공업과 물류의 중심지 시카고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총파업 사흘째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시위하던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발포했다. 현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이튿날 헤이마켓 광장에선 30여만명의 노동자가 운집해 항의시위를 했다.
이후 매년 5월1일에 세계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와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노동자의 날(메이데이)이 됐다.
제117주년을 맞는 5월1일 노동자의 날을 맞아 차별의 굴레와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인 당진화력 용역노조를 찾았다.

걸핏하면 ‘애나 봐라’ 막말
“노조가 없었을 때에는 사무실 의자에 걸터앉지도 못했어요. 건방져 보인다는 것이었지요. 항상 책상다리를 하고 정자세로  앉아야 했어요.”
당진화력 용역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한 조합원의 말이다.
당진화력은 발전소가 입주한 이후 석문면 교로리에서 삼봉4리까지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을 청소용역 업무에 우선 채용했다. 대기업에서 일하게 된 마을주민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회사에 출근했다.
그러나 발전소 내에서 청소업무를 맡은 그들을 관리하는 업체는 당진화력이 아니라 사내 하청업체였다. 원청업체인 당진화력과 재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하청업체는 ‘관리차원’이라며 협력업체의 사무실까지 청소를 시켰고 15층 건물의 난간과 전화기를 일일이 닦게 하는 등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시켰다.
정규직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임금에 고된 일도 일이었지만 비인격적인 대우도 참을 수 없었다. 관리자는 걸핏하면 ‘애나 봐라’, ‘불만 있으면 사표 써라’며 막말을 했고 수시로 사무실에 있는지, 없는지 감시했다.

독기 오른 노조 결성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현 노조위원장 송인순씨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홀로 싸움에 나섰다. 그러나 서씨의 싸움은 고독한 투쟁으로 끝나지 않았다. 서씨의 뜻에 공감한 노동자들이 합세하면서 2001년 28명으로 노조를 창립하고 임단협에 들어갔다. 온갖 차별에 비인격적인 대우로 독기가 오른 조합원들은 무섭게 단결했다.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속속 이뤄내자 노조원들이 계속 늘어났다. 지금 당진화력 용역노조의 노조원은 57명에 이른다.
“이번 노동절에는 버스 한 대에 승용차 두 대로 상경해 집회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전원참석입니다. 이렇게 단결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살 수 없어요.”
송인순 위원장은 노조 창립 이후 우선 부당하게 주어졌던 각종 잡무들부터 거부했다. 또한 온갖 비인격적인 대우도 바로 잡았다. 모두 조합원들의 무서운 단결과 투쟁력 덕분이다.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순 없다”
송인순 위원장은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일반노동조합의 노조위원장 중에서 최고령자(62)다. 그러나 젊은이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패기와 카리스마로 노조를 이끌어가고 있다. 처음에 ‘그러다가 잡혀간다’며 만류하던 남편도 이제 같은 조합원이 됐다. 지금은 남편과 딸 둘이 모두 같은 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이 노동계의 반대에도 통과됐지만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순 없습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