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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105] 오랜만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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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평촌으로 향했다. 몇달의 삶만을 선고받은 채 병상에 누워있는 숙모를 뵈니 서울 염리동에서 어려웠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 와중에도 멀리서 왔다고 밝게 웃으시는 모습에 병마도 숙모의 낙천적인 성격을 어찌할 수는 없나보다. 이제 소원은 고통 없이 죽는 것뿐이라며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오히려 더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올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 이제는 살아있는 모습을 더 이상 못 볼 것 같은 생각에 땀으로 젖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내는 내게 꼭 같은 병으로 돌아가신 오빠를 생각하며 숙모의 얼굴이 노란 게 너무나 예쁘다 했다. 아마 황달기가 있어서 그런 게지 말하며 ‘그래서 암을 악마의 꽃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은 비봉 톨게이트에서 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도의 한 장례식장을 찾기 위해 준비를 했다. 전날 식사 중에 당숙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무척이나 영화를 좋아하셔서 서울에 오시면 어김없이 나의 손을 끌다시피 영화관을 찾으시던 당숙이기에 그 슬픔이 더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전화가 울린다. 전화에 찍힌 이름을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다. “아들이 지난해 이곳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 면회를 오는구나”하면서 전화를 받으니 대뜸 치과이름을 대면서 잘 아는 곳이냐고 따지듯 묻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들이 치과치료를 받는데 무조건하고 아들의 치아를 갈아놓았다고 불만의 소리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이 친구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똑똑한 친구답게 의사가 테크니션만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예를 들어 조금의 치아 뿌리가 있는 경우 어떤 의사는 그 남은 치아를 살려서 치료를 권유하는 쪽이고 다른 쪽은 치아를 빼고 이식을 하는 권유하는 부류가 있다는 것이다. 한참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사도 테크니션만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 즉 가르치는 일에 훌륭한 기술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교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교사에게 가르치는 기술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쓸모 있고 좋은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모 재벌총수에 대한 바람처럼 잘못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 있는 제자를 길러내는 것 또한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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