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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천의 교사일기118 ] 개학 첫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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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전날은 솔직히 마음이 무겁다. 한 달만에 만나는 학생들 생각에 마음 설레는 날이 되었으면 오죽 좋으련만 또 아이들과 씨름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누르는 것이다.
 드디어 개학 첫날 교실에 들어가 보니 아이들의 얼굴과 머리상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정하게 머리를 깎고 온 두세 명을 제외하곤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하나같이 긴 가발을 쓴 것처럼 머리가 길다. 평소 같았으면 화도 날법했지마는 오랜만이라 그들의 머리를 손으로 일일이 만져 주면서 “이발해야지?”하면 “예”하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예전 같았으면 개학을 앞두고 머리를 짧게 깎고 오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매를 금지한 이후 처음 생긴 현상이다.
 오랜만에 하는 수업. 처음부터 수업을 시작하면 딱딱할 듯해 방학 중 있었던 한 토막 실화를 들려주었다.
 “8월 중순에 가족이 함께 수원구장에서 있었던 현대와 한화게임을 보러갔었는데 고속도로 운행 중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겠다. 운전은 아들이 하고 있었던 터라 점잖게 ‘여보세요?’했더니 저쪽에서 하는 말이 ‘저 안경원인데요!’하더라고. 그래서 ‘예?’하면서 머리는 급하게 회전됐지. 몇 회 졸업생인지를 빨리 떠올리려고!! 얼핏 한 여학생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한 20여년 전쯤 졸업한 경원이란 여학생인데 성은 안씨가 아니구. 누굴까 한참 생각하고 있는 데 저쪽에서 당진에 있는 무슨 안경원이라는 거 있지! 그때서야 안경점에서 새로 주문한 안경이 10일쯤 걸릴 거라던 사장님의 말이 생각났다. 실수 찐하게 할 뻔했지 뭐야.”
 안경원이라 했을 때 ‘어이구, 오랜만이구나 그래! 잘 지냈어?, 그래 요샌 뭐하고 지내나!’이랬으면 얼마나 창피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수업을 하다보면 똑같은 수업이 겹치는 날이 있다. 특강까지 있는 날이면 세 시간까지도 같은 과목을 해야 한다. 이때 교사는 감추어둔 비장의 무기를 동원해야 한다. 중학교 2학년 첫 영어 수업 때 선생님이 들어오시자마자 멋지게 부른 팝송 한 곡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그 영향으로 학생들에게 일 년에 한두번은 팝송을 들려준다. 아마 이 녀석들도 내가 느꼈던 그런 감정을 갖고 저들도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팝송 몇 곡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는 탤런트가 되어야한다는 선배교사의 말이 생각난다.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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