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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1999.04.26 00:00
  • 호수 271

정보통신의 날 특집/첨단 정보화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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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는 인간기술과 인간의 짧은 안목을 향한 복수극

우리는 희망을 치룰 준비가 되었는가



Y2K(와이투케이)란 무엇인가?

Y2K란 YEAR TWO KILLO, 즉 2000년이란 뜻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온 세계가 왜 이리 심각한가? 대부분의 불행한 사태의 원인이 그러하듯 이 Y2K 문제 역시 인간의 조직적 부주의에서 비롯된 하나의 인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컴퓨터가 인간문명의 리스트에 오를 당시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했던 원죄적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 뿐이다.

불과 10수년 전 컴퓨터가 우리생활에 자리잡기 시작할 그 무렵, 컴퓨터에게 주어진 메모리의 용량은 64KB(킬로바이트)에 불과했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용량이었지만 기술자들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메모리의 한계를 무려(?) 640KB까지로 확장하였으나 제약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 제약안에서 요즘 우리가 아프게 겪고 있는 구조조정이 메모리 안에서 진행되었고 기술자들은 별다른 고려없이 연도표기를 구조조정 1순위로 삼고 네자리 연도를 두자리로 줄여서 표기했다. 쉽게 말해 Y2K는 당시 감원 1순위였던 연도 표기방식이, 자신들을 몰아낸 인간기술과 짧은 안목을 향해 벌이는 한판의 복수극인 셈이다.



Y2K 무엇이 문제인가?

Y2K가 컴퓨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계 자체로 본다면 2000년이 된다고 하여 컴퓨터가 고장이 난다거나 오동작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다고 보아도 된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소프트웨어(프로그램)상의 문제

Y2K가 문제되는 경우가 이곳에 있다. 특히 날짜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 그 피해는 재앙에 이를 수도 있다.



기간계산의 착오

연도표기를 두자리로 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경우 Y2K가 문제되는 것은 2000년이 컴퓨터에서 1900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미 앞의 두자리수를 19××로 전제해 뒀기 때문이다.

1999년 12월 31일에 예금한 예금주가 2000년 1월 1일에 예금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현실 세계에서는 하루가 지났으니 당연히 하루의 이자만을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 컴퓨터는 (19)00년 1월 1일-(19)99년 12월 31일을 그 기간으로 계산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산출된 날짜는? 자그마치 마이너스 36525일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예금주는 이자를 받기는 커녕 원금 한푼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프로그램의 오동작

어떤 세계에서든 관례는 하나의 규범으로 존재한다. 컴퓨터의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그램의 종료명령에 쓰는 몇가지 숫자가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관례로 굳어져 있다. 0, 9, 99, 9999 등이 그것이다. Y2K가 아니더라도 이것은 종종 겪는 프로그램상의 오류지만 프로그램이 이 특정 숫자들을 만날 때면 예기치 않은 프로그램의 종료나 시스템의 정지를 가져올 확률은 상당히 높다.

올해는 특히 9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날이 많은 해여서 이러한 오류로 인한 피해는 적지 않을 것이다. 연초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항공기 운항 정기사고도 연도입력으로 99를 입력시키자 컴퓨터가 이를 프로그램의 종료명령으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닫아 일어난 사고였던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Y2K 어떻게 해결하는가?

Y2K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할 수가 없다. Y2K란 것은 하나의 고장이나 이상이 아니라 연도표기를 둘러싼 컴퓨터의 각 부문의 불합리의 표출, 집단적 증상,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내는 일종의 증후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해결책이라는 것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연결되어 있는 각각의 문제들을 또다시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문제

기계적인 문제는 그 범위가 비교적 한정되어 있어 문제를 찾기도 쉽고 해결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고 보아 거의 틀림없다. 다만 해결해야 할 기계(컴퓨터)가 많다면 그에 비례하여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는 할 것이다. 개인 사용자의 입장에서라면 오히려 자신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로 보아도 된다.

인근의 컴퓨터 전문점에 찾아가면 어떤 경우는 그 즉시, 혹은 하루 정도면 기계적인 Y2K의 문제에 대해 진단 받을 수 있고 조치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

이 문제는 간단하지만은 않다. Y2K 해결비용이 세계적으로 몇 십조 혹은 몇 백조달러, 사람에 따라서는 그 이상 들 수도 있다고 보고되는 것의 대부분의 비용이 이로 인한 것이다.

우선 프르그램에서 연도표기가 두자리로 되어 있는 부분을 모두(즉, 단 하나도 빠짐없이!!) 네자리로 바꾸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다시 짜는 것이 수월할 수도 있다. 이것을 해결한다고 끝날 일도 아니다.

다음으로 해결할 일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들 중에서 연도에 해당하는 것의 자릿수를(역시 단 하나도 빼먹지 말고!!) 두자리에서 네자리로 늘려주고 그 앞부분에 19라는 숫자 혹은 20이라는 숫자를 덧붙이는 일이다.

알기 쉽게 말하면 신종 3D업종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살아있다

그동안 언론매체들은 Y2K를 해외토픽이라도 되는양 각양각색으로 포장하여 왔고 새천년이 축제로 다가오는듯이 떠들며 호사가들의 비위를 맞추어오는 동안 (그래서 우리는 4월 며칠날 거사를 하면 밀레니엄 베이비를 얻는다고 낄낄거렸었다) 우리는 밀레니엄버그라는 전무후무한 재난이 물 건너 사람들의 배부른 고민인 줄로만 알아왔었다. 그도 그럴것이 “공익광고”들 중에 Y2K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 한개도 없었다.

관공서, 금융기관, 정부투지기관 모두 이에 대한 전문가 집단과 예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수년전부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고 많은 부문에서 그 결실을 보고 있다고는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는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우리는 이를 어쩔 수 없이 일정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는 이미 우리 생활이기 때문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컴퓨터로 그들의 생업을 관리하고 있다. 상품의 매입매출, 도서·비디오테잎의 대여나 회수, 수금지불, 회원의 관리 등등. 그런데 이들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이 Y2K의 일차적 피해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그 숫자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업체에 따르면 이들이 쓰고 있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연도표기를 두자리로 하고 있거나 심지어는 운영체제(도스) 자체가 2000년 표기가 불가능한 것을 쓰고 있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 프로그램의 공급자와 이미 연락이 끊긴 상태라 프로그램을 교체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기존에 축적된 자료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거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에 맞추어 자료를 모두 재구성해야 하는 댓가를 치룰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혁명의 새날이냐

반란의 첫날이냐

우리는 과연 얼마 만큼의 비용과 희생을 치룰 준비를 하고 있는가? 새 천년의 첫날은 정보통신 혁명의 새날이 아니라 정보통신기기의 반란의 첫날로 기록될 증거들이 서민의 가게마다 당당히 진열되어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밀레니엄버그(Y2K)는 인간문명의 한계를 아주 짧은 시간에 극명하게 보여준 한 예에 불과하다. 인간문명이 기술에 의존하는 한 밀레니엄버그는 모양과 이름을 바꾸어가며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의 날에 컴퓨터의 눈으로 본 암울한 미래가 두려울 뿐이다.



글 / 황우인(합덕컴퓨터프라자)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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