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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마을 1] 성구미 포구 - 인터뷰

최운연l승인2008.09.08 00:00l(7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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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2리 김광운 이장
“앞으로의 생계대책이 가장 큰 문제”

가곡2리 김광운(57) 이장을 만나기 위해 성구미포구를 찾았을 때 마을에는 주민들의 어업보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평생을 성구미에서 살아왔다는 김 이장은 몇 년전 노후를 함께할 새 집을 지었으나 이 새집에서 노후를 맞이 할 수 없게 됐다.
“지진에도 끄떡없도록 튼튼하게 지었는데... 보통 건물보다 철근도 많이 쓰고 옹벽도 튼튼하게 치고 말야. 근데 떠나야 하니 아쉽네.”
김 이장은 기초조사를 나온 한국감정원 직원들을 보며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예전의 성구미? 보잘 것 없는 작은 포구였지 뭐. 막걸리 집과 허름한 가옥들, 작은 좌판가게, 다 그렇지 뭐. 횟집과 상가들이 들어서며 활성화 된 것이 10년 조금 넘었을 거야.”
하지만 그 10여년이 성구미 수백년의 변화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국 10대 아름다운 포구로 선정되고 관광지로서의 명성도 높았다. 무엇보다 이곳 성구미는 가진 것 없고 풍족하지 않지만 먹고 사는데 이보다 더한 곳은 없었다.
김 이장은 몇 년전 한 외국인이 가져온 사진이라며 작은 사진첩을 꺼내왔다. 1952년 한 주한 미군이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 한 장한장 넘기며 이곳은 어디고, 이 사람은 누구라며 설명해주었다.
“지금 바라는 건 많지 않어. 그냥 마을 주민들이 이주단지로 입주할때까지 생계대책을 세우는 게 가장 큰 현안 문제지. 하지만 요즘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네. 떠날날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가.”

 

가곡2리 이규성 지도자
“이주 후에도 함께 모여 살 수 있길...”

“한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마을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할지... 이들이 살아야 할 곳은 바다인데 말이죠. 마을주민들이 희망하는 것은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해도 지금처럼 한데 모여 사는 것뿐입니다.”
이규성 지도자는 부모님이 계시고 고향인 성구미 포구로 들어오면서 포부가 컸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마을 일을 맡아보면서 우리마을 사랑운동과 도로변 꽃길 식재, 내집앞 정원가꾸기 운동 등 참 열심히도 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삶을 바꾸게 했다.
“동네일을 보면서 보람이 많았는데 참으로 아쉽네요. 앞으로 마을 주민들과 지금처럼만 살아간다면 큰 문제 없을 텐데. 마을 사람들이 이주를 앞두고 불안해 합니다. 이주 하더라도 마을 주민 모두가 한데 모여 살아갔으면 좋겠네요”
당장 내년이면 20여가구가 이전해야 한다. 1차로 산업단지 공사 일정에 따른 것이다. 이어 나머지 90여가구도 곧 이주해야 한다. 마을 곳곳에서 기초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감정평가원 직원들의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마을 어귀에는 현대제철의 원료야적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산업단지로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주하지만 일부 몇몇 가구는 산업단지에 포함되지 않아 남아 있게 됩니다. 그들은 산업단지 틈바구니에 끼어 살게 되는 거죠. 현대나 엠코측에서 도의적으로 그들에 대한 대책도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곡2리 마지막슈퍼 전춘순 씨
“공장 틈바구니에서 어찌 살라는 건지...”

성구미 마을 입구 못미쳐 KB전선이라는 공장 앞에 마지막 슈퍼라는 이름의 작은 슈퍼가 있다. 이 슈퍼를 운영하는 전춘순(68)씨. 전씨는 산업단지에 포함되지 않아 마을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게 더 큰 문제다. 전씨의 슈퍼 바로 뒤편으로 일관제철소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또 길건너에는 일관제철소 연관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산업단지 틈바구니에 끼게 된 것이다.
35년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전씨 남편 소광철(72)씨와 함께 슈퍼를 운영하며 아들내외와 손녀 셋이 함께 살고 있다.
전씨는 “산업단지가 완공되면 주변환경이 열악할 텐데 걱정”이라며 “막내 손녀가 이제 5살인데 아들내외 만이라도 나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씨의 남편 소광철씨는 군과 회사측에 자신들의 토지를 수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측에서는 자투리 땅이라 쓸모가 없기 때문에 토지를 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즘에는 잠을 잘 수가 없어. 도통 마음이 놓여야 말이지. 하다못해 이주단지 이주권이라도 줬으면 좋겠는데. 어린 손녀들하구 아들내외만이라두 여기서 나가게 말이여”
전씨는 요즘 장사도 잘안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갯지렁이가 일주일에 8박스씩 팔여 나갔는데 지금은 2박스도 팔기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은 금싸라기 땅을 뭣하러 팔려구 하냐구 말혀. 근디 지눔들이 들어와서 살아보라구혀. 공장 틈바구니에 어떤눔이 살수 있겠냐구.”


최운연  uychoi@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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