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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1.05 00:00
  • 호수 743

원로에게 듣는다® | 이 재 은 전 송산면장 / 현 (사)대한노인회 송산면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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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공직사회는 주민 신뢰받는 사회”


당진군청 임시직 10년만에 송산면장으로 발령받아
지역사회에서 솔선수범, 2000년 사회윤리부문 군민대상 수상

 이재은(81) 전 송산면장을 송산면 다목적복지회관 내에 자리한 노인회관에서 만났다. 송산면 도문리에서 태어나 1954년 면서기로 공직사회에 첫 발을 디뎠던 그는 임시직으로 당진군청에서 근무하던 1970년 송산면장으로 발령받아 주민을 위한 행정에 힘써왔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이력을 들으며 마치 하나의 인생역전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 분회장이 어려웠던 시절 노력해 이룬 성과이기도 해 당시는 물론 지금의 공직사회에 여러모로 귀감이 되지 않나 싶다. 또 공직에서 떠난 뒤에도 이 분회장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 지난 2000년에는 이를 인정받아 제10회 군민대상에서 사회윤리부문 군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60년대 당진군 예산 3억8천만원”

 이 분회장은 50년대 초 공무원 시험을 거쳐 1954년 송산면사무소에서 서기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 분회장은 먹고 살기 힘들었던 50년대를 회상하며 송산면서기로 근무하던 당시 월급으로 현물을 받았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면서기 봉급이 얼마 였는 줄 알아요? 그때 당진군 총 예산이 4억이 채 안됐어요. 지금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 예산이 열악하니까 공무원들 봉급도 많지 않았죠. 면서기로 근무할 때 저는 알라미쌀이랑 보리, 밀가루를 봉급 대신 받았어요. 공무원 생활이 녹록치 않았지만 그래도 공무원이라면 주변에서 자랑스러워했죠.”
 면서기로 근무하던 그는 1958년 공무원 감원바람이 불었다며 자진해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진해서 그만뒀어요. 면장님이 왜 그만 두냐고 제 아버님을 만나 그만두지 못하게 설득해달라고 했지만 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나가게 되니까 선수 쳐서 그만뒀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전 그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제 의지대로 했어요.”
 퇴직 후 2년 뒤 이 분회장은 당진군청에서 임시직으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1960년도부터 당진군청 기획예산처에서 근무를 했어요. 하지만 면서기가 아니라 임시직이었어요. 그래도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제가 송산면에 있을 당시 주사로 그만둔 걸 알고 주사라고 호칭해주었죠.”
 군청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던 이 분회장은 1970년 송산면장으로 발령받게 된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단행이었다. 이 분회장은 면장으로 발령받은 배경에 대해 “당시 군청 내무과장이 감동 받은 일이 하나있었다”며 “연말에 군의 가예산을 짜서 도에 제출해야하는데 마감 전날까지 담당계장이 하지 못하고 있어서 내가 맡아 하루종일 가예산서를 짜서 도에 제출했었는데 도에서 당진군이 가장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다”며 이것이 인사단행에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800페이지나 되는 군 가예산서를 단 하루만에, 그것도 도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인사발령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
 “임시직이 면장으로 발령받는 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납득하기 힘들 텐데 위에서 저를 잘 보셨는지 면장으로 근무하게 됐어요. 면장으로 발령 받을 당시 저는 3년만 하고 퇴직하겠다는 공언을 했어요. 그래서 73년 8월경인가 3년을 채우고 그만뒀죠.”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던 기간에 면장으로 근무했던 이 분회장은 “마을 곳곳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 일손을 돕고 애환을 듣곤 했다”며 “마을을 방문할 때면 사비를 털어 막거리를 사서 주민들을 격려했다”고 말했다.

“변해야 산다...현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 중”

 이 분회장은 면장 퇴임 후 다시 군의 부름을 받아 송산면장으로 재발령을 받았으나 81년 다시 사퇴했다.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나갔으며 90년대에는 도지사로부터 행정자문위원으로 위촉을 받아 일하기도 했다.
 “공직에 있으면서 항상 남에게 신뢰를 줘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민들이 날 믿고 신뢰하지 못하면 올바른 행정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 분회장은 지금의 공직사회 문제를 지적하며 주민에 신뢰받는 행정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또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을 배려하다보면 믿음을 주게 되고 이를 통해 신뢰가 쌓이게 된다는 것.
 80년대 이후 급변해온 한국사회를 바라보며 이 분회장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공직자들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이 물 흐르듯 변화하듯 자기 자신도 그렇게 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 고정관념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말과 행동이 시대에 뒤떨어지다보면 고집만 늘고 서로간에 소통하는 데도 문제가 생기게 되죠. 요즘 미국 사회를 보세요. 흑인대통령이 나왔잖아요. 계속해서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여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덧붙여 이 분회장은 “지금의 공무원들은 조금 자존심을 버리고 주민을 위해 성심성의껏 일해야 주민들로부터 신임을 얻을 것”이라며 “주민의 신뢰를 받는 공무원이 가장 이상적인 공직사회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경제도 어렵고 아주 걱정이에요. 현 정부의 문제는 너무 당리당략이 강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해야하는데 그렇지도 못하고 당끼리 권력 다툼을 하고 있으니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지요. 지금 국회의원은 빵점이죠. 옛말에 ‘국태민안’이라는 말이 있어요. 나라는 커지고 백성은 편안해야한다는 뜻인데 결국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책을 펼치면 국태민안이 꼭 먼 나라 말은 아니라는 거죠.”

이재은 분회장 약력

·1928년 송산면 도문리 출생
·1954년 송산면사무소 서기로
  근무 시작
·1960년 당진군청
  기획예산계에서 임시직 근무
·1970년 송산면장으로 발령, 근무
·충청남도 행정자문위원으로 활동
·2000년 사회윤리부문
  군민대상 수상
·3대 송산초총동창회장 역임
·현 대한노인회 송산면 분회장

인터뷰를 마치고
 여든이 넘은 이재은 전 송산면장과의 만남은 요즘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고 또 좋아졌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임시직으로 근무하다 면장으로 발령받은 이야기와 여기에 얽힌 일화는 이 시대 공무원이 가져야할 덕목으로 ‘헌신’과 ‘책임감’이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끔 했다.
 어려운 시절 공무원 생활을 했던 이 분회장은 ‘웃으며 살자’가 가훈이라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허세나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 분회장은 지금까지 300여쌍의 결혼주례를 맡아했다며 그때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남을 이해하고 신뢰받는 가정을 만드는데 노력해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가정의 평안이 곧 모든 일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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