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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9.03.23 00:00
  • 호수 753

“바다를 건너 따뜻한 ‘정’을 배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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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 뭍소식 전하는 ‘당진우체국 도급집배원 권선례씨’

 

매일 배타고 나와 섬 사람들에게

뭍에서 온 소식 전해

어르신들 편지도 읽어드리고

고정난 시계수리 등 심부름까지…



산간벽지·도서(島嶼)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우편물 배달을 목적으로 정식 집배원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근무하고 있는 당진우체국 권선례 도급집배원은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도비도 일대의 우편물 및 소포 배달을 담당하고 있다.


“여자 집배원이라 사람들이 신기해하죠. 그것도 섬을 왕복하는 집배원이니까요. 마을 분들이야 익숙해 지셔서 신경 쓰지 않으시지만요.”

가끔 관광차 난지도에 다녀가는 관광객들 중에는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다고.

“도비도에는 자녀들을 객지로 내보내고 혼자사시는 노인들이 많아요. 요즘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편지보다 소포가 많아요. 반대로 난지도 특산물을 자녀들에게 보내기도 하시죠. 이분들은 이걸 낙으로 사시는 분들이죠. 각종 과일에서부터 사탕, 옷 등 자녀들이 부모를 생각해 보내는 소포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보내는 소포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도비도 노인분들은 자녀들에게 받은 사탕이며 귤, 과일 등을 두둑히 챙겨 권 집배원의 주머니 속에 넣는다. 좋은 소식을 가져다준 것에 대한 보답이다.

“난지도 주민들은 서로 속속들이 잘 아는 사이에요. 무미건조한 도시와 다른 ‘정’이 있는 곳이죠. 만약 도시에서 우편배달을 했다면 매달 나오는 청구서와 소포를 전달하며 수령확인하고 돌아가는 건조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권 집배원의 말대로 난지도에는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노환으로 인해 귀도 눈도 어두운 분들, 글을 읽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글을 읽을 수 있지만 우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어르신들은 선뜻 읽어 달라고 못하세요. 분위기를 봐서 편지도 읽어 드리죠. 특히 전기세나 각종 문서 등 어떤 내용인지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설명도 해드려요. 이달 전기세가 얼마고 이 내용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해 드리면 참 좋아하세요.”

또 난지도에는 교통이 불편하다보니 몸이 아픈 노인들 그저 감기나 몸살로 생각하고 쉽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권 집배원은 자주 우편물을 들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어르신들이 아프실 때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어르신들 몸이 불편하시면 섬내 보건소로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전문지식은 없지만 병세가 심각하다고 생각될 때는 병원에 가실 수 있도록 모셔다 드리기도 하죠.”


배 놓칠까 점심도 거르고

오전 7시50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준비와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우체부의 상징 우체국 오토바이를 타고 선착장으로 향한다. 집에서 선착장까지는 10여분 남짓.

오전 8시10분. 오토바이를 선착장 입구 가게 앞에 안전히 세워두고 도비도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이렇게 대난지도를 나오는 것부터 그녀의 하루는 시작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섬 바람은 몹시 거세다. 햇빛이 쨍쨍한 날에도 바람은 거세게 분다. 권 집배원의 하루는 날씨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 배가 뜨지 못할 정도의 거친 날씨라면 모를까 파도가 높게 일기라도 하는 날에는 작은 배를 얻어 타고 도비도로 나가야만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뱃길이지만 커다란 유람선도 출렁이게 만드는 파도는 작은 배를 탄 권 집배원에게 고생을 안겨준다.

“2003년부터 만 6년째 근무하고 있어요. 한동안 우편배달보다 섬을 왕복한다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오전 8시50분. 도비도에 도착해 전날 주차장에 세워놓은 개인차량을 타고 당진우체국으로 향한다. 오전 10시. 당진우체국에 도착한 그녀는 그날 주민들에게 전달해야하는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한다. 각종 고지서와 우편물,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커다란 소포. 크기며 무게며 모두 가지각색이다. 정리가 끝나면 우편물과 소포를 차량으로 옮긴다.

그녀의 손과 발은 바쁘게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늦게 되면 난지도로 들어가는 배를 놓치기 때문이다. 점심 배를 놓치게 되면 3시간30분을 기다려야 다음 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우편물과 다양한 부피의 소포를 차로 옮기고 나면 시간이 빠듯하다.

오전 11시. 차를 몰고 다시 도비도로 향한다. 정오가 돼서야 도비도에 도착하면 도비도 일대에 우편물과 소포를 배달하기 시작한다. 우편량은 날마다 다르기 때문에 배 시간을 맞추기도 놓치기도 한다. 점심 식사를 할 여유는 없다.

속편하게 우편량이 많거나 적을 때는 점심식사라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생긴다. 공교롭게도 우편물을 배 시간과 보다 조금 일찍 배달할 때면 점심 식사를 거르고라도 배에 오른다.


배타고, 차타고, 오토바이 타고…

오후 1시. 배를 타고 다시 난지도로 들어간다. 배를 놓쳤다면 4시30분 배를 타야한다. 만약 바람이 심술을 부려 잔잔한 파도가 거세지면 도비도 근처 지인의 집이나 숙박시설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날씨가 급변하기라도 한다면 차라리 아침에 그러지하고 생각해요. 집에 돌아가지 못하면 가족들이 제 걱정을 많이 하죠. 저도 가족들을 걱정하고요. 지금은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어 있어 그나마 안심이지만 휴대전화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다들 걱정 많이 했었죠.”

난지도행 뱃길은 도비도를 출발해 소난지도를 경유 대난지도에 도착하는 경로로 이뤄져 있다. 소난지도에 도착하면 그녀는 사람들이 내리는 짧은 시간을 틈타 소난지도 담당 도급집배원에게 우편물을 전달하고 다시 배에 오른다.

소난지도에 도급집배원이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권 집배원이 우체국에 건의해 생겨난 것이다. 그 전까지 권 집배원은 소난지도까지 우편물을 돌려야 했다. 우편물을 돌리고 나면 오후 4시30분 배가 소난지도에 도착하고서야 대난지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오후 1시30분. 대난지도에 도착한 그녀는 본격적으로 우편물을 배달한다. 곳곳의 집들과 가게들,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운이 좋다면 도비도항이나 배, 길에서 우편물을 전달해야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 나누며 그간의 안부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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