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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 입력 2009.09.07 00:00
  • 호수 776

[보호수의 어제와 오늘] ⑨면천면 문봉1리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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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빌며 치성 드리던 서낭나무”

편집자주 - 보호수로 지정된 고목들은 수백년을 이 땅에 뿌리내리고 공동체의 아픔과 슬픔, 기쁨을 함께 해오며 우리의 토속신앙으로 추앙받아왔다. 그러나 보호수로 지정해놓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사하거나 훼손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보호수가 가진 전설과 역사를 돌이켜보며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보호수의 관리 실태를 16회에 걸쳐 보도함으로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자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면천면 문봉1리에서 원동리로 넘어가는 경계에 우직하게 서있는 느티나무는 문봉2리에서 신성시되던 고목으로 오랜 세월동안 마을의 서낭나무 역할을 해왔다.
특이하게도 느티나무 암·수 2본이 나란히 붙어있으며 전체적인 외관상 한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문봉1리 유제호 이장은 “30~40년 전만해도 산림이 우거지지 않아 멀리서도 느티나무가 한 눈에 들어왔었다”며 “세월이 지나 인근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랐고 느티나무는 직접 가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나무들에 가려져 버렸다”고 말했다.

면천면민의 느티나무
유 이장의 말에 따르면 이 느티나무는 문봉리 마을 주민들만의 나무는 아니었다. 면천면 전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치성을 드릴 정도였다고.
느티나무는 암·수 한쌍이 금슬 좋게 서있는 모습에 사람들이 자식 갖기를 간절히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느티나무를 찾은 여성들은 떡시루를 받쳐놓고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치성을 드렸으며 그 외 사람들은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에 떡이나 술, 과일, 육포 등을 놓고 소원을 빌며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느티나무 옆에는 고려 때부터 서낭당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두 나무 사이에 돌멩이를 껴 놓거나 돌탑을 쌓아놓은 민간신앙의 흔적들을 왕왕 볼 수 있었다고.
유 이장은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느티나무 아래에서 굿판이 벌어지기도 하고 치성을 드리며 돌탑을 쌓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며 “어린 시절 하교 길에 일부러 느티나무에 들려 치성을 드리다 남은 시루떡이며 과일들을 몰래 먹기도 했던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마을의 소중한 유산
두 본의 느티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은 햇빛하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시원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치성을 드리던 사람들의 발길도 줄어들고 숲도 우거졌다. 또 얼마전 한쪽면의 가지를 누군가 잘라내 우산처럼 장관을 이뤘던 수세가 망가지기도 했다.
유 이장은 “느티나무는 서낭나무이면서 동시에 부락의 놀이터였다”며 “지금은 관리하는 사람 없이 보호수 표지판만 세워져 있어 덩그러니 세웰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발길이 많던 40여년 전에는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면천면에서 느티나무 주변을 직접 정비하기도 했다. 현재는 무성한 잡초와 나무, 돌탑을 쌓아 두었던 자리에 남아있는 돌, 마을 주민이 살던 집터만이 남아있다.
문봉1리 홍괴선 노인회장은 “흔적만 남아있는 서낭나무는 예전처럼 고사나 굿이 벌어지지 않지만 마을의 명맥을 이어주는 소중한 마을의 유산”라며 “마을의 역사를 먹고 자라는 느티나무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해 후대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면천면 문봉1리 홍괴선 노인회장

“눈에서 멀어진 느티나무”

“관심과 발길 끊어져”

문봉리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홍괴선(79) 노인회장은 마을의 이웃들이 타지로 이주하고 노인들이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나면서 느티나무가 점점 잊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느티나무 바로 옆에는 신영재씨라는 마을 주민이 거주 하고 있었죠. 느티나무의 관리인으로 지정되어 있는 주민인데 몇 년전 고인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었죠. 아직도 고인이 관리인으로 남아있다는 건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죠.”
느티나무 주변에 살던 관리인이 마을을 떠나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자 보호수 주변은 점점 풀이나 나무가 자라게 됐다. 숲이 우거지자 느티나무가 주민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관심도 발길도 점점 끊어지게 됐다. 그는 “마을의 노인들이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마을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마을과 느티나무에 대한 역사를 이어줄 청년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군과 면이 앞장서 보호수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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