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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 입력 2009.11.09 00:00
  • 호수 785

[보호수의 어제와 오늘 ⑭] - 정미면 봉생리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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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년 봉생리와 함께”

무성한 잎 피워 나무그늘 제공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 팽나무

□편집자주
- 보호수로 지정된 고목들은 수백년을 이땅에 뿌리내리고 공동체의 아픔과 슬픔, 기쁨을 함께 해오며 우리의 토속신앙으로 추앙받아왔다. 그러나 보호수로 지정해 놓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사하거나 훼손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보호수가 가진 전설과 역사를 돌이켜보며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보호수의 관리 실태를 16회에 걸쳐 보도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자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달주나무·매태나무·평나무라고 불리는 팽나무. 옛부터 방풍림이나 녹음을 위해 심어진 팽나무는 가구재·운동기구재로 이용되기도 했으며 도마의 재료로 가장 많이 쓰여 보호수로 지정될 정도의 연혁을 갖춘 개체수가 매우 드물다. 당진군내에도 단 2본의 팽나무 만이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
정미면 봉생리에 위치한 군내 2본 중 하나인 이 팽나무는 12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고 있으며 마을의 작은 도로변에 위치해 있음에도 자연수형을 유지하고 있다. 약 7m의 수고를 갖고 있어 아담한 나무로 보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무성한 잎을 피워 마을사람들에게 시원한 나무그늘을 제공하기도 한다.

나무 아래 모여 대소사 논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없던 시절에는 팽나무가 시원한 나무그늘과 마을주민들이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일 장소를 제공하던 모임의 장소였다. 수세가 곧게 뻗지 않아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이 팽나무는 예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시원한 나무그늘을 제공하고 마을에 병이 돌았을 때 굿을 하는 등 봉생리와 함께 공존해 왔다.
현재 마을 주민들에게 팽나무는 ‘오래된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된 것’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상태. 농사철이면 뜨거운 태양을 피해 마을 주민들이 모여 새참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풍경을 이제는 찾아볼 수도 없다.
정미면 봉생리 노인회 이홍용(77) 회장은 “마을 주민들이 팽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기도 했다”며 “근래에는 마을회관이나 시원한 교량 밑이 팽나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겨울이면 따뜻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마을회관이 마련되면서 마을과 공존해온 팽나무가 의미를 잃어가고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팽나무 열매는 대나무 속에 넣어 불면 ‘팽~’하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팽나무라고 한다. 풍수가들은 바람을 막아 지기를 모으는 방풍림으로 대우하기도 하며 사람들은 이 앞에서 복을 빈다고 전해져 '당산나무'로도 불리고 있다.

주민들 관심 이어져야
가을을 맞은 팽나무와 주변의 벼들은 황금빛에 물들어 절경을 이룬다. 듬성듬성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 사이로 팽나무 가지가 삭아 떨어져 내린 자리도 눈에 보인다. 이 회장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해 나뭇가지가 부분적으로 고사하게 됐으나 전체적인 수세 및 건강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고.
어린시절 친구들과 자리 잡고 놀던 때 만남의 약속장소로 정해져 있던 곳이 바로 이 팽나무였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조차 땔감으로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마을에서 팽나무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었다. 이 회장은 “팽나무가 가진 100여년의 역사가 앞으로도 이어지면서 마을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보호수가 마을주민들이 만남의 장소로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된다면 주민들의 발길과 관심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정미면 봉생리 노인회 회장 이홍용

“마을 분위기 느낄 수 있던 곳”

“팽나무는 어린시절 친구들이 함께 모이던 장소였죠. 시계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해질 무렵쯤 팽나무 밑에서 만나자는 간단한 약속만으로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의미있는 장소였어요.”
14대조 할아버지 때부터 봉생리에 정착해 평생을 살아왔다는 정미면 봉생리 노인회 이홍용 회장은 봉생리에는 팽나무 이외에도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더 자리 잡고 있어 약속장소를 정할 때면 두 고목에서 만나는 일이 많았다. 특히 농사일을 마친 마을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 바둑을 두는 일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그는 “팽나무는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들까지 모두가 만나 서로간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등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던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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