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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읍 채운리 무궁화이용원 | 박기택 이용사]“51년 황소같은 직업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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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갈라져도 일할 수 있는 기쁨 커”

당진읍사무소 뒤편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무궁화이용원’이 있다. 작고 초라한 간판에 협소한 공간이 가게의 첫인상이다. 무궁화이용원은 51년간 이 동네를 지키며 늙어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삼색선의 형광등도 인상적이다. 빨강은 동맥, 파랑은 정맥, 흰색은 붕대를 의미한다. 이는 이발이 미용이 아니라 외과수술을 위한 정지작업에서 비롯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2개의 이용의자가 손님을 기다린다.
이용원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미용실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영업은 영 신통치 않다. 하지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이용업계에 뛰어든 박기택(68) 이용사가 운영하고 있는 무궁화 이용원에는 대다수의 손님들이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지만 항상 줄을 잇는다. 이발이 아니더라도 면도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
박 이용사와 이야기를 나눌 새도 없이 끊일 만하면 손님들이 찾아든다. 머리 깎는 솜씨도 솜씨지만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얼른 대충 깎는 법이 없다. 바쁘신 것 같은데 이용을 먼저 마치고 인터뷰를 하자는 기자의 말에 족히 한 시간은 걸린다는 대답으로 인터뷰를 강행한다.
무궁화이용원을 찾는 단골들은 ‘어떻게 깎아 달라’ 주문하지 않는다. 그저 맡겨두면 알아서 척척 깎아 주기 때문이다. 굳이 한다는 말은 머리카락의 길이에 관한 것 정도가 전부다. 51년의 이용 경력을 갖고 있다 보니 단골들의 취향 및 스타일은 물론 처음 본 손님의 스타일까지 한눈에 파악된다고.
“손님의 머리스타일을 어떻게 잘라야 할까 항상 고민하죠. 손님이 아닌 주변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이런 생각이 항상 먼저 든다니까요. 직업병인 것 같아요.(웃음)”


그의 이용원은 경로당 같은 존재다. 손님들도 손님들이지만 동창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농담도 하고 때가 되면 식사도 함께한다. 그에게는 살아가는 맛이고 이용원 운영을 계속 이어오는 원동력이란다.
60년대, 70년대까지 만해도 남자라면 누구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명절 앞이면 밤늦도록 손님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늘어서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오는 경우도 흔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들은 거의 100%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심지어 여학생들도 단발머리를 자르기 위해 이발소를 찾던 시절이었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솔직히 힘들지만 그래도 일은 계속해야죠. 내가 이일을 안 하면 뭘 하겠어요. 가난하지는 않지만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삼 남매 잘 키우고 그 중 두 아이는 혼인도 시켰어요.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직장입니까.”
이용사의 오른 손가락들에는 테이프가 감겨 있다. 물비누를 많이 만져 손이 다 갈라졌다는 것. 그는 “피부과를 다니고 있는데 의사가 손이 완쾌 될 때까지 비누를 만지지 말라고 진단했다”며 “진단이 그렇게 나왔다 해도 어떻게 비누를 안 만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상처를 통해 그의 황소 같은 직업정신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연락처 : 355-6048
●위치 : 당진 군민회관 뒤 김씨네 부대찌개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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