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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10.07.26 19:14
  • 수정 2017.08.07 15:33
  • 호수 821

김현정 송산연세학원 부원장이 추천하는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용기와 희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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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본래적으로 슬픈 것일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모든 것의 삶의 근저에는 슬픔이란 것이 깔려 있는 것인지 모른다. 저도 모르게 까닭 없이 태어나 질긴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며, 어쩔 수 없이 생존의 무게를 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생명을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의 깊이엔 근원적인 슬픔이 배어있는 것이리라.
개도 사람은 알 수 없는 개만의 슬픔과 운명이 있을 것이다. 허나 이 소설의 개, 보리가 말해주는 개의 슬픔과 기쁨은 주인인 사람의 삶과 엉기고 포개져 더 진하고 아프다. 모든 생이 슬프기는 매한가지이겠으나 가난한 자의 슬픔은 더욱 슬프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의 탄생을 알아내고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까지 낱낱이 밝혀내고 있는 인간이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 하루하루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그렇고, 아무리 바지런히 몸을 부려도 끝내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운명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개의 주인이 사람이라지만 사람은 개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주인의 가난은 개마저 안쓰러운 생의 고통으로 몰아가지만 한 줄기의 바람 냄새에서 조차 개는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각각의 계절이 주는 찬연한 아름다움과 환희를 만끽할 줄 안다. 아니하는 듯 절로 하는 자연이 선물하는 이 세밀한 축복을 알지 못한 채 단지 더위와 추위, 때에 따라 해야 할 일과 거기에 들고 나는 돈의 장 수 만을 헤아리는 존재의 ‘묶여있음’이 문명과 문화를 건설한 인간의 종국적인 슬픔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모든 슬픔을 훌훌 털어버리고 갈 수 있는 ‘죽음’이 있어 그나마 삶은 살 희망이 있는 것일까?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을 읽고 난 후, 나는 온통 꺼억꺼억 넘어오는 슬픔 때문에 한동안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 책을 덮고 난 후의 단상이 이렇게 끝 모를 깊이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인간 존재에 대한 슬픔인 까닭은 가난이 그저 좀 더 힘겹고 불편한 인생살이의 한 상태임을 넘어서 비인간의 낙인이 되는 오늘날의 비틀림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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