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우리 이웃, 다문화 가정]①
신평면 금천리 과악타잉항씨와 김순논씨 부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진 베트남 왕언니가 살아가는 이유
군내 베트남 이주여성 고민상담부터 정착위한 든든한 지원군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자 역할 위해 공부할 거에요”

■편집자주
 농어촌 지역 남자의 40%가 외국 여성와 결혼했다. 이에따라 다문화 가정의 실질적 당사자인 이주여성들을 위한 정책과 다양한 단체가 지자체마다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사회 일원 대다수가 편견과 잘못된 정보 속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국사회 일원이 된 이주여성을 만나 새로운 이웃과 지역사회 일원 간의 교류와 소통을 돕고자 한다. 또한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다양한 고민들을 해소하기 위한 도움이 된 제도나 단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자 한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상담부터 문제해결까지 당진 왕언니 자처
과악타잉항(베트남, 40)씨의 휴대전화는 이주여성들의 전화로 쉴 틈이 없다. 평소 아내에 일이라면 적극적인 남편 김순논(48)씨도 불평을 늘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과악타잉항씨는 타국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알기 때문에 이들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전국적인 추세와 마찬가지로 당진도 중국 여성 다음으로  베트남 여성수가 증가하는 만큼 과악타잉항씨 전화기도 바쁘다.
“언어나 문화 차이, 음식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고부간의 갈등, 남편과의 싸움 등 다양한 내용의 전화가 와요. 대부분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죠. 남자들도 부인의 나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 무조건 ‘너 여기서 사니까, 내가 너희집에 돈주고 데려왔으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타국에 적응할 새도 없이 한국문화 등을 받아들이길 강요하는 데서 속상함이 시작되더라고요.”
과악타잉항씨에게 많은 전화가 걸려오는 데 또 다른 이유는 그녀가 ‘왕언니’로 통하기 때문이다. 1998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에 한국으로 시집을 와 그녀만큼 당진을 잘 아는 베트남 이주여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보건소와 경찰서, 동부제철 사업소에서 통역사 일을 하고 있고 두 달 전에는 베트남 식료품 가게의 문을 열어 더 많은 이주여성들을 만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센터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생겨나서 한국어도 금방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한국 왔을 때만 해도 그런 것도 없었고 지원해주는 것도 없어서 많이 어려웠어요.”

“재래식 화장실 가기가 제일 무서웠어요”
과악타잉항씨가 당진에 온 것은 1998년. 하노이 공장으로 파견 근무를 가 있던 김순논씨를 사촌언니 소개로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시작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접고 당진으로 시집을 왔다.
“시댁의 사정을 다 듣고 왔는데 옛날집에다가 재래식 화장실이라 화장실 가는 게 가장 무서웠어요.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서 남편이 공사현장에서 떨어져서 크게 다쳤고요. 남편은 3년 동안 일도 못하고 뇌출혈로 많이 힘들어했었을 때 고향생각이 많이 났었죠.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아들 대남이 생각과 참으면 행복한 날이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렸죠.”

“가장 고마운 한글교육 봉사 선생님”
남편 김씨가 몸을 추스르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되자 이번에는 아이들 교육 문제에 부딪혔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대남이와 1학년인 딸 하늘이에게 엄마가 외국인이라 놀림의 대상이 됐던 것은 물론 교사출신인 그녀도 한국식 교육열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었다고.
매사에 긍정적인 과악타잉항씨는 학부모 급식당번을 자처해서 학교에 자주 방문을 했고 한글교육모임 자원봉사자들과 인연을 맺어 과악타잉항씨의 한글교육은 물론 아이들의 교육도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군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원봉사자가 방문해 대남이의 숙제는 물론 수학과 영어지도를 해주고 있다.
“면 중심지로 이사를 오게되면서 한글교육모임 정동숙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아이들과 함께 한글교육과 한국생활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정동숙 선생님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어떤 도움 보다도 항상 저에게 열심히 살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분이에요.”

“다문화가정 아이들 돕고 싶어”
그는 늘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아내가 항상 예뻐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하고픈 마음이 생긴다고.
“한국에 와서 고생도 많이 하고 결혼해서 적응하기도 바빴을 텐데 더 강해지는 아내를 보면서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해요.”
김순논씨와 과악타잉항씨의 꿈은 자녀들이 한국과 베트남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항상 건강하는 것이라고.
“베트남 식료품 가게를 하게 된 것이 대남이랑 하늘이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하기 위한 거에요. 지금은 고향 친구들 보면 좋아서 그냥 주느라 가게 월세만 겨우 나오지만 열심히 일하면 가게도 번창하고 더 좋아지겠죠. 앞으로 한글 공부도 열심히해서 나중에는 제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