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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10.10.04 20:20
  • 호수 829

제14회 심훈문학상 가작 수상자 이아타씨
“기성세대들의 이야기 담아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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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버드> 중년들의 고민과 현실의 불안감 담아내

제14회 심훈문학상 수상자의 영광은 이아타(필명, 경기도 광명시)씨에게 돌아갔다.
상록문화제 집행위원회의 심훈문학상 분과는 총 34편의 응모작 중 2010년 심훈문학상 당선작을 내지 못해 이아타씨의 중편소설 <버드>를  가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아타씨는 “문학적으로 소박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고 앞으로의 과제”라며 수상소감을 밝히며 “<버드>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어느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살아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함축된 소설”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버드>는 증권서 펀드매니저인 ‘우’가 어느날 우연히 친구인 ‘각’과 함께 밤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버드를 목격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와 ‘각’은 밤을 환하게 밝히던 크고 물컹한 그것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지만 ‘각’이외에는 아무도 그것을 봤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의 말을 믿는 사람도 없다. 한해의 마지막날, ‘우’와 ‘각’은 젊은 시절 함께 음악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20년 전 녹음했던 데모테잎를 듣는다. 그 시절 자신들의 우상이자 어느날 사라져 버린  보컬 ‘버드’를 떠올린다. ‘우’는 투명한 그것을 본 그날 자신이 보컬 버드의 환영을 보았고 환영 속에 자신이 버드의 목을 졸랐다는 사실을 각에게 털어 놓는다. 그날 밤 두 사람은 한달 전의 그 버드와 재회하고 이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과 둥둥 떠다니는 놈을 보게 된다. 콘서트 도중에 모든 음향이 멈추고 갑자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곤 이내 모든 소리들이 사라진다. 투명한 버드가 모든 소리들을 앗아간 것이다. 놀란 사람들이 어디론가 다급히 도망가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내 버드는 보컬 ‘버드’처럼 자취를 감춘다.
이 씨는 1970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 중에 있으며 현재 논술 강사로 활동 중에 있으며 불교신문 여시아문 필진이기도 하다.
이 씨는 이외에도 2008년 신라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올해 불교신문 신춘 문예 소설에 당선된 바 있다.

[심사평]

문장이 단연 안정된 작품

"<버드> 하늘의 괴물체가 음향 빨아들이는 구성 돋보여"

"중편소설, 소설의 과도기에 주위 환기 불러"

 

최근 들어 소설의 판도가 단편 중심에서 장편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소설의 본령이 단편보다는 장편에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소설(novel)은 장편을 지칭할 뿐이다. 단편은 소설이 아니라 숏 스토리(shot story)다.
우리나라에서 단편이 유난히 큰 비중을 차지해온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등단제도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등단’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작가’의 자격을 획득하고, 문필활동이 가능하다. 작가로 등단하는 주요한 관문인 일간지 신춘문예와 문예지 신인작품 공모가 단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작가의 자격을 획득하려면 열심히 단편소설 습작에 매달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문학적 평가가 단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기성 작가들의 작가적 위상과 문학적 성취에 대한 독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문학상이 단편을 주된 대상으로 삼아왔다. 등단한 다음에도 작가들이 단편창작에 공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좋은 단편을 만나기는 쉬워도 뛰어난 (장편)소설을 만나기 어려웠다. 실제에 있어서 단편과 장편은 마치 시와 소설, 또는 음악과 소설만큼이나 서로 다른 장르다. 단편은 단일한 주제와 구성을 가진 이야기로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읽을 수 있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반면 (장편)소설은 복수의 주제와 복잡한 구성을 포괄하며 다채로운 인간상을 보여주는 장르다. 마치 순대를 칼질하듯 삶의 한 단면을 절개하여 그 속에 감추어진 속성과 진실을 예리하게 드러내는 것이 단편이라면 인생의 우여곡절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존재형식을 성찰하는 것이 (장편)소설이다.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해석, 긴 호흡의 문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쏟아지는 장편들을 보면 길이는 장편인데, 그것을 쓴 작가의 안목과 내용은 단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편도 예전만 못하다. 단편이라기에는 너무 길고, 그 길이에 값하는 무게도 압축미도 없기 일쑤다.
우리 소설의 과도기로 보인다,  단편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지만 장편의 시대는 열리지 않은 과도기. 좋은 단편도 좋은 (장편)소설도 만나기 어렵다. 이런 환경은 중편소설의 장점을 환기시킨다.
작가가 발 빠르게 자신의 번뜩이는 예지를 담아낼 수는 있지만 당대의 폐부를 파고들기에는 단편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시대와 인간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기동성을 발휘하기에는 장편의 몸이 너무 무겁다고 느낄 때, 기다리고 있는 장르가 중편소설이다. 그런데 중편소설도 흉작이다. 이번 심훈문학상 응모작을 읽으면서도 많이 아쉬웠다. 응모한 작품의 수는 많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서로 다른 미덕을 지닌 다섯 편의 작품을 골랐지만 지나치기 어려운 결점이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표류하는 계절]은 해체된 가족의 혼란과 상처를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시대의 풍속도 적절히 녹아 있고, 인물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느껴졌다. 그러나 우연의 과도한 반복과 미숙한 문장은 해결해야만 할 숙제였다.
[대신 죽기]는 대신 죽는다는 반전의 묘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이야기의 구성이 상투적인데다 서술도 통속적이었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을 소재로 삼아 젊은이의 방황을 세밀하게 다룬 작품으로 기대를 가지게 했지만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표면에서 머물고 있어 아쉬웠다.
[도도해]는 병실의 인물군상과 심해어에 대한 이야기를 교차시켜 가며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누추한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욕적인 설정에 비해 서사의 전개가 산만하게 흩어져서 작품의 형상화 과정에 적지않은 흠집으로 보였다.
[버드]는 젊은 시절 음악에 빠졌던 두 남자의 우울한 초상을 사라진 보컬 ‘버드’에 비추어보는 작품이다. 과거의 우상이었던 보컬 ‘버드’와 지금의 도피처 같은 바 ‘버드’, 모든 음향을 빨아들이는 하늘의 괴물체를 ‘버드’로 연결해가는 구성이 돋보였지만 세부 디테일의 취약으로 실감과 가독성이 떨어졌다.
우리는 이 다섯 편을 두고 오래 망설인 끝에 이아타씨의 [버드]를 가작으로 뽑았다. [버드]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지 못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버드]도 다른 작품들과 같이 중요한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버드]를 가작으로 선정한 것은 다른 경쟁 작품에 비해서 문장이 단연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을 뛰어난 작품들이 쇄도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입선자를 비롯한 응모자 모두의 분발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소설가 남정현(한국작가회의 고문)
 - 소설가 방현석(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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