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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 호산나교회 담임목사] 2011년 봄에 펼쳐지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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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에서 마음 아픈 교통사고 장면을 보았다. 피자 배달을 하는 청소년이 좌회전을 급히 하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버스에 충돌을 하더니 몇 십 미터 나동그라지는 것이다.
교통사고 중에서 오토바이 사고는 커다란 부상이나 사망을 가져온다. 근래에 피자 배달을 하던 젊은이가 잇달아 사망해서 시민단체가 20분에서 30분 내에 배달을 광고하는 피자 회사들에게 그러한 지침을 폐지하도록 요청했다. 피자회사는 정한 시간 내에 배달을 통한 판매 전략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피자 배달원은 계속 빨리 배달을 하고 오라는 재촉을 받는다고 한다. 기업의 경쟁에 청소년들이 목숨을 바치게 된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노동의 희생은 계속 요구되어진다. 피자 한 판을 먹기 위해서 젊은이의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현실이 슬퍼진다. 나는 피자를 직접 매장에 가서 구입을 해서 먹는 편이다. 할인을 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달을 시키면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청소년 피자 배달원의 교통사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배달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죽음을 당한 그 피자 배달원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대학에 합격을 하고서 학비를 조금이라도 벌어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김군의 외삼촌 송아무개(49)씨는 “조카가 스스로 돈을 벌어 등록금에 보태고 용돈도 마련한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대학에 가서도 해병대 장교로 입대해 등록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젊어서 하는 고생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좋은 경험이 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대학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졸업을 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 수업을 마치면 바로 학교 도서관에 가서 근로 장학생을 했다. 주말이나 오후에는 영업사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시간을 내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 시절에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서 구로공단에 가서 노동자들과 함께 데모를 하기도 했다. 시국상황이나 경제적인 조건이 나로 하여금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없게 했다.
이렇게 대학생활을 하던 나는 공부와 성공이라는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경쟁은 버거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성공을 위해서 경쟁하는 학생들,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의 경쟁에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가 2011년 봄에도 시작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거북이도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왜곡된 신념을 교육해서 현실의 불평등과 차별을 개인의 능력부족이라면서 모순된 현실을 유지 시키려는 사회의 기득권자들의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토끼가 잠이 들었을 때에 승리의 기회가 올수 있다는 논리는 공정한 경쟁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성공)만 하면 정의가 된다는 교육이 한국사회의 교육이다.
고려대학교를 자퇴한 김예슬 학생은 2010년3월 대자보에 이렇게 썼다.
 “오늘 저는 대학을 그만 둡니다.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죽은 대학이기에”, “자본과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된 대학을 거부한다.”
이번 교육방송에서 샌델 교수의 ‘정의’ 특강이 인기를 끌었다. 특강 중에서 이런 주제가 있었다. 현대 사회의 경쟁 출발선을 다시 보아야 한다. 하버드 대학생이 된 여러분들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부모의 혜택을 받은 학생이 많다. 우리의 출발선이 공정한가? 한국사회에서도 이러한 질문을 해야 한다. 특히 한국사회의 미래인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출발선은 공정한가? 이 질문에 응답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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