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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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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농번기 시작된 농어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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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만큼, 땀 흘린 만큼”
논에는 모내기 한창, 밭에는 감자꽃 피고 모종 심기
바다에는 자연산 우럭, 간재미 가득, 바지락 조업도 시작

 봄 비 치고는 제법 시원스레 내린다 싶었다. 비가 그치더니 여름 햇볕에 가까워 졌다.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비를 맞고 햇볕을 받은 자연은 생명의 빛을 발하고 있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농민들도 덩달아 분주해 졌다. 우강 들녘에는 삽교천 물이 들어차고 어린모가 나앉았다. 이른 벼를 심는 농민들은 5월 둘째주부터 모내기에 들어갔다. 밭에는 지난해 가을 심은 마늘 싹이 아이 허벅지 높이만큼 자랐다. 밭이랑을 고르고 고추모를 심는 풍경이 쉽사리 눈에 띈다. 녹음이 짙어지면서 바다 속도 풍성해졌다. 도비도 갯벌에는 온몸에 뻘을 묻힌 아낙들이 바지락 채취에 여념이 없다. 5월 중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돼 분주한 농어촌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풍년’을 기원하면서도 “자연이 준만큼, 땀 흘린 만큼 얻어가는 것”이라는 겸손도 잊지 않았다.        

 

▲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는 대호지면 도이2리 농민들
모내기로 한해 농사 시작
네모반듯한 논이 끝없이 펼쳐진 우강들녘에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논마다 삽교천 물이 들어찼다. 삽 한 자루를 들고 논둑을 다지는 농민과 트랙터로 바닥을 고르는 농민들이 눈에 띈다.
대호지면에서는 도이2리가 비교적 일찍 모내기를 시작했다. 맹웅섭씨 부부와 최영실씨 부부도 지난 16일 이른 아침부터 모내기를 시작했다.
“꼼지락 거리다가 이제 심는 거지유. 이 근방에서는 일찍 심는 축에 속하긴 하지만서두. 올해 농사유? 쌀값이 문제지... 풍년은 내 손으로 결정 못하는 거니께.”
맹씨는 풍년은 일기변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 조바심 낼 수 없지만 쌀값은 농민들이 땀 흘린 만큼 제 값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품앗이로 맹 씨네 모내기를 거들고 있던 최영실 씨는 “예전 같이 손으로 심으면 하루 종일 해도 1마지기도 심을까 말까”라며 “요즘은 기계로 심으니까 하루에도 50마지기는 거뜬히 심는다”고 말했다.
“자방틀은 1마지기까지 심었지, 왜~. 하기사 그것도 전부 옛말이라~. 요새 누가 손으로 모를 심나. 기계로 심으니까 좀 수월해졌지... 그래도 모판 나르고 기계 돌리려면 사람 손이 필요하지. 밥을 거저먹을 수는 없는 거니께.”
손으로 모를 심던 시절, 모심는 속도가 남들보다 월등히 빠른 이를 가리켜 재봉틀이라 불렀단다. 새참으로 참외를 깎아 한 쪽씩 나눠 먹은 두 부부는 다시 모판을 논둑으로 내리고 어린 모로 논을 차곡차곡 메워 나갔다. 

 

▲ 당진읍 행정웰빙쌈채 작목반 농민들
밭에서는 모종심기 한창
논보다 일찍 농사일이 시작된 밭에는 조금씩 결실이 맺히고 있다. 3월에만 해도 어른 손 한 뼘도 채 자라지 않았던 마늘 싹은 이제 팔뚝 길이만큼 자라고 잎도 굵고 짙어졌다. 일찍 심은 감자 밭에는 하얀 꽃이 피었다.
요즘 장날에는 어린 모종들이 단연 인기상품이다. 고추, 쌈채, 호박, 오이, 가지, 토마토 등 초 여름 심어서 한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수확을 이어가는 각종 채소들의 모종이다. 밭에서는 농민들이 밭고랑을 일구고 모종들을 심느라 바쁘다.
요즘 행정웰빙쌈채작목반을 결성한 당진읍 행정리 주민들은 첫 결실을 거두고 있다. 최호목 반장을 비롯한 7농가가 참여하는 작목반은 11개 하우스에 각종 쌈채를 심고 가꿨다. 작목반은 지역농업활력화시범사업으로 사업비 1억원을 지원받았다.
작목반 하우스 안은 그야말로 봄의 싱그러움이 한 가득이다. 우리네에게 익숙한 상추부터 이름도 낯선 적겨자, 적근대, 고수 등의 13종류 쌈채들이 먹음직스럽게 자랐다.
최호묵 반장은 “이제는 쌀 농사만으로는 농가 소득을 보장하기 어려워 건강 먹거리로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쌈채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소난지도 갯벌에서 어민들이 바지락을 캐고 있다.
포구마다 제철 맞은 해산물 가득
5월로 접어들면서 분주해진 건 농촌만이 아니다. 수온이 오르면서 어민들의 그물망도 묵직해 졌다. 포구마다 제철을 맞은 자연산 우럭, 뻘 낙지, 꽃게, 소라, 간재미 등이 가득이다. 특히 기름유출피해 사고로 1년 넘게 바지락 조업을 하지 못했던 도비도는 지난 17일부터 출하를 재개했다. 대호방조제 넘어 갯벌에는 이른 아침 물때에 맞춰 바지락을 캐러 온 인근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도비도 선착장에서 대호방조제 부근까지 갯벌은 개방돼 누구나 바지락 캐기를 체험할 수 있다.
소난지도와 대난지도 바지락 작업장에서는 맨손 어업 허가를 가진 어민들이 바지락 채취가 한창이었다.
윤정숙 씨는 “옷이며 얼굴에 뻘을 묻히니 이제 살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윤 씨의 함박웃음에는 속 태운 지난 1년의 세월이 묻어 있었다.
“예전에는 하루에 부지런히 캐면  50~60kg는 됐는데 요즘은 하루에 30kg 캐기도 힘들어요. 공해가 심해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어요. 앞으로도 뻘 묻히며 바다에서 바지락 캐고 살 수 있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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