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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의 섬 증도, 청산도 그리고 땅끝 마을 미황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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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탈리아의 한 작은 도시인 ‘그레베 인 키안티’ 주민들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널드가 자신들의 도시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모두 ‘느리게’ 바꾸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17개국 123개 도시들이 ‘그레베 인 키안티’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변화를 멈추고 시간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했다.
슬로시티는 ‘치타슬로(cittaslow) 국제연맹’ 의 철저한 실사를 통해서 지정되고 있으며 슬로시티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인구 5만명 이하여야 하며 전통적인 수공업과 조리법이 보존되어 있어야 한다. 그곳은 속도가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는 지역공동체로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행복하고 멋진 삶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었다. 2007년 완도의 청산도, 신안의 증도, 담양의 창평 삼지내 마을, 하동의 악양(평사리), 장흥의 반월마을이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고 2009년 예산의 대흥, 응봉이 추가로 지정되었다.
그 중의 두 곳, 전라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증도와 청산도로 발길을 떠나보자. 증도는 육지에서 멀디 먼 섬이었지만 연륙교들이 개통되어 자동차로 무안에서 지도를 거쳐 사옥도를 지나면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증도의 북쪽 해안을 따라 달리다보면 방축리 앞바다에 떠있는 도덕도 해역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600여년 간 바다에 잠겨있던 중국 송, 원대의 유물이 수없이 발굴되면서 증도를 보물섬이라고도 부른다. 우전리에 위치한 우전 해수욕장은 증도에서 가장 큰 백사장으로 뒤로는 울창한 해송숲이 시원하게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무인도가 점점이 떠있는 수평선과 서해낙조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은 물이 빠지면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된 광활한 갯벌이 드러난다. 끝없이 펼쳐진 찰진 갯벌 위에 설치된 470 미터의 ‘짱뚱어 다리’ 는 증도의 명물로 갯벌 생물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도록 목교로 지어진 갯벌 관찰로이자 운치있는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편안하고 고급스런 숙박을 원한다면 우전 해수욕장 남쪽 끝 해안 절벽위에 위치한 지중해풍의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묵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증도의 꽃은 60만 평이나 되는 거대한 소금밭인 태평염전이다. 한 해 1만6천 톤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이곳에서 소금 결정을 모으기 위해 대파질을 하며 땀 흘리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염전에 이어진 생태공원은 삐비꽃과 칠면초로 어우러진 갯고랭이 물길로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소금 박물관에 들어가 천일염을 사니 그곳에서 택배로 부쳐주는데 다음날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배달되었다고 연락이 온다. 슬로시티지만 택배는 참으로 빠르다. 슬로시티 맞나? 잠시 헷갈린다.
부지런히 발길을 해남 달마산으로 돌린다. 남도의 금강, 달마산 품에 안긴 절이 미황사다.
미황사는 한해 내외국인 오천여 명이 묵어가는 템플스테이 명소다. 폐허가 되다시피한 미황사를 젊은 학승이셨던 금강스님이 20여년 전 지게 지고 굴착기 부리며 되살렸다. 미황사를 세상 사람들의 안식처로 만들겠다는 스님의 결심은 2002년 월드컵 때 외신기자와 외국 대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되게 하였다. 처음 먹어보는 생김국, 죽순부침, 마을 할매가 갖다줬다는 갖가지 채소들로 차려진 저녁공양은 오랫동안 잊지못할 만찬이다. 공양후 금강스님은 묵어가는 모든 이에게 녹차를 대접하신다. 다도를 알려주시고 세상 사는 지혜를 편안하게 들려주신다. 더욱 놀라운 것은 템플스테이 하면 떠오르는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더운 물이 나오는 편리한 샤워시설에서 몸을 닦고 정갈하기 그지없는 방에서 밤을 보낸다. 4시에 시작하는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 대웅전 마당에서 도솔봉 쪽으로 오솔길을 오르다보면 믿기지 않을 만큼 많고 고색창연한 부도밭이 나오는데 그 옛날 융성했던 미황사의 역사를 증언해주고 있는 듯 하다. 템플스테이를 떠날 때는 고요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숙소에 걸려있는 세심당(洗心堂)이란 현판이 머릿속에 맴돈다. 예약하면 언제든지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다 하니 꼭 추천하고 싶다.
6시30분에 서둘러 미황사를 출발하니 7시10분쯤 완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50여분 배를 타고 가면 하늘, 바다, 산 모두가 푸르다 해서 ‘청산(靑山)’ 이라 이름 붙여진 섬 청산도에 도착한다. 빼어난 경관 덕에 예로부터 ‘청산여수(靑山麗水)’라 불리었다 하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계단식 다랭이논을 보노라면 청산도 사람들의 모진 삶과 노력이 엿보인다.
도청항에서 고개를 넘으면 돌담길이 유명한 당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한국 최초로 관객 100만을 훌쩍 넘은 판소리 영화 ‘서편제’를 찍었다. 진도 아리랑 가락을 뽑으며 황토고개를 터벅터벅 내려오는 아버지와 두 남매의 모습이 어른거리지만 지금은 그 황토길이 포장되어 아쉽다. 하지만 돌담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펼쳐진 서편제길은 부드러운 곡선의 청산도 그 자체를 말해주고 있다. 언덕 위 노오란 유채꽃밭을 따라 올라가면 갑자기 서구식의 예쁜 건물이 나타나는데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장이다. 언덕에 서서 바라본 청산도는 부드럽게 굽어있는 해안선, 전복 양식장, 저리도 묘하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감탄을 자아내는 원색의 어우러진 지붕들, 짙푸른 청보리밭과 마늘밭, 돌담길, 그리고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과 모습이다.
도청항 근처 실비식당에서 평범한 점심정식을 시켰는데 전복찜을 반찬으로 내놓는다. 와아! 비싸고 귀한 전복이 양식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슬로시티 청산도, 시간도 느리게 가는 것일까? 어느 덧 길의 시작점이었던 도청항에 도착하니 해는 아직도 중천에 떠있다.


글쓴이 남연숙(자유기고가)은
 당진에서 자라 호서고를 거쳐 이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코사 리베르만> 스위스 회사에 입사, 수입명품을 다루다 그만두고 생뚱맞게 드라마 작가의 길로 들어서 KBS 드라마시티 ‘유령으로 남은 사나이’ 드라마 극본을 썼다. 그후 전업주부로 관심있는 여러 분야를 기웃거리다 지금은 작심하고 다시 드라마를 쓰고있다.


●미황사 : 061-535-2706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템플스테이 가능
●맛집
  - 증도: 없다고 보면 됨.
              대체로 짜고 별로임. 대합탕 유명.
  - 청산도 : 실비식당(도청항 근처 골목)
                 넓지 않으니 주민에게 물어보는 게 상책.
                 일인당 만원 정도면 푸짐한
                 정식 상차림을 먹을 수 있음.
●교통
  - 증도에서 미황사까지 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림
  - 미황사에서 완도 여객터미널까지
     차로 50분 정도 걸림
  - 완도 여객터미널에서 청산도행 첫배가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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