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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을 파헤치기 전에



장덕기

본사 이사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일본에서 한국인에 대한 차별의 상징이 된 이른바 ‘김의 전쟁’ 주인공 권희로씨가 오랜 수감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60년대 말 두명의 일본인 야쿠자를 살해한 후 인질을 잡고 경찰과 장시간 대치하였다. 체포된 후 재판과정과 30여년간의 수감생활을 통해 일본에 의한 우리 민족의 비극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분명히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인과 일본사회로부터 심한 냉대를 받았고 순간적 모멸감을 이기지 못해 살인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우리 언론은 권희로씨의 석방을 당연히 크게 다루었다. 다시 한번 지난날 일본의 만행을 상기하고 탁월한 그의 민족의식을 찬양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석방에 즈음하여 언론이 그렇게 요란스럽게 다뤄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사건을 일으킨 정당성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차라리 역사가 빚어낸 한 비극적 인간이 70대 노인이 되어서야 조국의 땅을 밟게 된 경위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다루는 것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며칠전 경기도 성남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목사 한분이 모방송국에 나와 참으로 부끄러운 사실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인이 조선인에게 저질렀던 학대와 멸시, 그 이상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을 고용한 일부 악덕업주의 만행을 하나 하나 열거하고 그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작업도중 사고로 숨지거나 손발이 잘리어도 이렇다할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임금을 떼이는 경우는 허다하며 한국인들로부터 심한 구타와 모욕을 수없이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백인계보다 몸집이 여린 동양계 노동자들이 혹독한 수모를 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악덕업주와 악질적인 일본인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사실 우리국민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의 허물은 지나치게 파헤친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1년여 동안 불씨를 지펴온 세풍사건을 여당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철저히 밝혀 처벌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군사정권과 문민정부를 거치는 동안 정당과 정치인들은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기업으로부터 돈을 거둬들였다. 현 여당은 지난해 쓰러져가는 재벌 대우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 과연 그 돈은 깨끗하고 떳떳하다 할 수 있을까?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이 몇명이나 될까? 수사를 독려하는 정치인이나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이나 이 시대에 떳떳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이다.

현재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불법 도청·감청도 같은 맥락의 사회병리현상이다. 자신의 허물은 감추고 남의 것을 어떻게든 꼬집어 내려는 사고방식이 빚어낸 결과라고 본다. 이것이 우리 국민의 특유한 정서라면 부끄러운 일이며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고 말한다. 문제를 무조건 외부로 돌리고 그곳에서 찾으려는 자세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국가간 사회계층간 또는 인간관계에서 반목의 원인을 늘 상대방에서 찾는다면 진실은 밝힐 수 없고 장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남을 탓하기 전에 항상 자신의 잘못부터 고치려는 마음이 올바른 삶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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