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는 재앙인가, 축복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재앙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데 고령사회는 온 인류가 바라는 최고의 축복이며, 우리는 모두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한다. 이것은 교육을 통하여 의식이 변화함으로써 가능하다. 극히 적은 비용으로 의식을 바꾸는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갈 수 있다.
박상철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은 과학적으로 늙어감(노화)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늙어간다는 것은 생존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노화문제에서는 결코 늦은 때란 없다. 여든 살이 되어서도 인생을 고치면 조금이라도 질적으로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15일 합덕대건노인대학에서는 장수잔치를 벌였다. 노인학생 중에서 80세 이상되는 분들의 삶을 축하하고 본받기 위한 행사였다. 무려 11명이나 되었다. 간략하게 한분 한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조 성 분(88세, 합덕리 거주): 5남 5녀를 훌륭하게 길러내셨다. 혼자 살고 계신다. 하지만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즐겁게 생활하고 계시다. 아프거나 힘들 때는 딸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세상이 재미있다고 말씀하신다. 아들 중 한 명은 가톨릭 사제라고 한다.
* 강 신 순(82세, 당진 거주):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 한데 작년에 아들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얼마나 슬픔이 컸을까? 아직도 슬픔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정신이 맑아서 일 처리가 분명하다. 과거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기도 하였다. 요즘은 다리가 편치 않아서 학교에는 잘 안 나오신다. 며느리의 도움을 받고 있으나 곧 독립할 예정이라고. 대건노인대학에서 10년 넘게 학생회장 직을 훌륭하게 수행하였으며 아직도 학생들의 모범이 되는 분이다.
* 이 숙 진(85세, 면천 문봉리):3남 5녀 모두 다 잘 성장해 주었다. 해맑은 얼굴이 아직도 소녀같다. 남편과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매주 노인대학에 나오는 일 그리고 여행하는 게 가장 즐겁다. 아직 건강하며 행복하다고 하신다.
* 김 옥 남(82세, 합덕 운산리): 슬하에 5남 2녀를 두었다. 혼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바로 옆집에는 아들 내외가 살고 있다. 성격이 깔끔하고 활동적이다. 가끔 아들 자랑을 하기도 한다. 아직 건강하고 목소리가 크신 분이다.
* 유 섭 섭(83세, 고덕 호음리):2남 2녀가 있다. 한데 몇 년 전에 아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슬픔이 커서 죽고 싶을 정도라고. 내가 먼저 떠나야 하는데 아들이 먼저 갔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그래도 요즘은 편안하게 지내신다. 빠지지 않고 노인대학에 나오시는 걸 보면... 그냥 오시지 않고 계란, 고기, 콩 같은 것을 들고 오신다. 나누어 먹으려고. 이런 너그러움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
* 최 언 년(81세, 합덕): 아들 하나 두었다. 평생 혼자서 폐휴지 줍기, 허드렛 일 하면서 어렵게 살아왔다. 하지만 건강하고 목소리가 크다. 노인대학에서는 봉사활동에 앞장서기도 하신다. 점점 건강이 나빠지니 걱정이라고... 한데 여전히 씩씩하다.
* 이 병 숙(81세, 합덕): 슬하에 4남 2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프거나 힘들 때는 자녀들이 와서 도와준다. 주변에 친구들이 많다. 노인대학에 나올 때는 새로운 친구들을 데리고 나오신다. 아직 건강하다.
* 이 순 근(83세, 우강): 4남 1녀. 혼자 살고 계시지만 자녀들이 자주 다녀간다. 다리 관절, 고혈압이 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열심히 참여하신다. 부지런하고 너그러우시다.
* 오 순 근(80세, 합덕): 2남 2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아플 때는 남편과 자녀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탁구,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다고.
* 김 동 순(86세, 합덕): 1남 1녀가 있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젊어서 배우지 못해서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면서 살고 싶다고.
* 편 월 선(92세, 합덕): 3남 5녀를 두었다. 남편이 죽고 나니 살 맛이 안난다고.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맑은 정신으로 노인대학에 다니신다. 아직 건강하지만 깜박깜박한다고. 소원은 편안히 이 세상 떠나는 것이라고 하신다.
김귀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