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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1.09.05 10:15
  • 호수 875

무상급식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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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 원당초등학교 교장

우리 세대에 꿀꿀이 죽을 떠올리면 옛날 어려웠던 삶의 이야기가 회상되곤 한다. 꿀꿀이 죽은 6.25사변 직후 50년대 미군부대에서 버려지는 음식 찌꺼기를 다시 끓여서 못사는 서민들이 먹었던 음식이다. 우리 민족이 수난을 겪던 시절 가슴 아픈 애환을 가지고 있는 음식인 것이다.
이때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정부나 미군이 지원해주는 강냉이 가루, 밀가루, 우유 등을 섞어 죽을 쑤거나 빵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물론 이때에도 가정 형편이 괜찮은 애들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강냉이 죽이나 빵을 먹는 급식 대상이었다. 도시락을 싸온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오히려 도시락보다 강냉이 죽이나 빵을 먹고 싶어서 도시락과 바꾸어 먹기도 하였다. 보리밥도 제대로 못 먹던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오랜만에 쌀밥을 먹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이 당시에 전면적 무상급식이 아닌 선별적 무상급식을 시행함에도 무상급식의 대상인 가난한 집 학생들은 당연한 고마움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가난한 것이 부자 아이들한테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사교육이 성행하지 않아서 인지 오히려 가난한 집 애들이 공부를 잘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출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를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가정 형편이 학력과 무관하지 않아서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언론에서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복지 포퓰리즘(populism)에 대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포퓰리즘은 별다른 대책도 없이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영합주의(迎合主義) 사고방식을 말한다. 무상급식 포퓰리즘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덕을 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베푸는 온정이 아니고 주민의 혈세로 생색을 내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에도 시장과 교육감이 복지 포퓰리즘 논쟁으로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은 주민투표를 통해서 판가름을 냈다. 투표율이 유권자의 1/3인 33.3%에 미치지 못해서 투표함을 개봉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책임을 통감하면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곽노현 교육감은 흑백을 가리는 기표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쁜 투표’라고 하면서 투표 불참 운동을 벌였다. 가히 신민주주의 투표방식을 선동하였던 것이다. 곽 교육감은 의도를 성취하였고 승리의 쾌재를 부르고 있는 중에 또 다른 문제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곧 이어서 있게 될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나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태한 상황에 처해 있는 곽노현 교육감의 위상을 보면 서울특별시의 전면 무상급식 시행도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 없이 예측하기 어려운 오리무중(五里霧中)인 것 같다.
우리 지자체에서도 선거 공약이라고 하면서 군내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단행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빈자와 부자를 구분하고 편가르기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이다. 부자의 자녀들에게까지 과잉 복지를 베푸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과잉 복지로 인해서 국가 부도위기를 가져온 선진국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였다.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의 상당한 재정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타 시,군에 비하여 재정 자립도가 높아서 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서울특별시처럼 무상급식 전면 시행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찬반 투표를 할 필요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방의회에서도 언론에 비쳐지는 잡음 없이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결의한 것 같다.
한편 일정 비율로 책정된 복지예산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데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므로 다른 쪽의 복지정책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군민들의 대부분은 아니지만 혹자는 몇 년 전의 역동적이고 가시적인 변화와 발전을 향수처럼 회상하기도 한다. 그때에 문예의전당, 스포츠 문화센터 건립, 남산공원 조성, 노인복지관 건립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복지시설이 건립되고 조성되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몇 년 전의 가시적인 발전 속도에 비하여 속도감을 느낄 수 없다는 얘기가 혹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 지방도 매스컴에서 회자되는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영합한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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